지난 20일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안(분산에너지법)’이 국회 법안소위를 통과했다. 2021년 첫 발의 후 치열한 토론과 사회적 공감을 바탕으로 조율한 법안인 만큼 그 의미가 크다. 분산에너지란 태양광‧풍력‧열병합발전 같은 저탄소 에너지를 중소규모로 생산하여 가까운 곳에서 소비하는 에너지를 말한다. ‘전기사업법’은 ‘전력수요 지역 인근에 설치해 송전선로의 건설을 최소화할 수 있는 40MW 이하 모든 발전설비와 500MW 이하의 집단에너지‧구역전기‧자가용 발전설비’를 분산형 전원으로 정의한다. 수요지 인근에서 에너지의 생산 및 저장, 잉여 전력의 해소 등에 기여 가능한 자원들이 분산에너지의 범위에 속한다. 대규모 발전소나 장거리 송전망 건설과 관련한 사회적 갈등 및 전력손실을 줄이고 안정적이고 균형있는 에너지 공급기반 확보로, 늘어나는 전력수요에 대응할 수 있다.
태양광‧풍력 중심의 재생에너지 확대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급선무인데, 우리나라는 우수한 기술력과 양호한 잠재량에도 변동성, 간헐성, 전력망 부족 등의 어려움을 토로해 왔다.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의 203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21.6%로, 9차의 20.8% 보다 상향한 것이지만 기업수요 충당에는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기업재생에너지이니셔티브 등이 공개한 ‘2030년 국내 재생에너지 수요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RE100 이니셔티브' 가입 기업 29개를 포함해 재생에너지 사용목표를 세운 232개 회사의 중장기 수요 분석·추정치는 157.5테라와트시(TWh)다. 글로벌 기업들의 공급망 탈탄소화 강화를 가정하여 RE100 이니셔티브가 요구하는 ‘2030년 사용전력 60% 재생에너지 조달’ 조건을 적용하면 최대 수요는 172.3TWh로, 전기본의 공급목표는 이의 57%에 불과하다는 분석이다. 수출 중심 경제구조를 가진 우리 산업 전반이 해외 고객‧투자사의 요구에 직면해 있기에 재생에너지는 산업경쟁력 관점에서 국가전략적 확대가 필수불가결한 것이다.
한편, 전기본의 목표도 최근 5년간 연평균 3.5GW 증가한 신‧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을 연 5.3GW 까지 늘려야 달성가능한 도전적 수치임에도,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RPS) 이행비율 및 장기고정계약 물량 하락 등 정책‧제도적 신호에 영향 받은 국내 시장상황은 암울한 편이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전국 평균 10%에도 못 미침에도, 상대적으로 보급률이 높은 호남‧제주 등에서는 태양광‧풍력 발전의 출력제한이 빈번하고, 대규모 시설에 접속할 송전선 건설은 장기간을 요하는 난국 속에서 분산에너지법에 거는 기대가 크다.
정부는 전기본에서 계통과 주민 수용성을 확보하면서 산업도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분산에너지법은 분산에너지에 대한 편익 부여 및 지역 사용 의무화 등에 대한 내용도 담고 있어 재생에너지 보급 난제 해결의 초석이 될 수 있다. 정부는 21일 공개한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 달성을 위한 이행방안(안)에서도 탈탄소믹스, 재생에너지 기반구축, 수요효율화를 전환부문 정책과제로 제시하고, 재생전력 21.6+α%를 통한 추가감축 도모를 제안했다. 지난 달 공고된 제3차 지능형전력망 기본계획과 연계한 분산에너지법의 올바른 적용·활용에 α값이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산업단지‧건물형‧영농형‧수상 등 지역특성에 맞는 태양광 분산전원이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산업단지 태양광 민간투자프로젝트라는 대구시와 경북도의 도전이 반가운 이유다.
곽지혜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재생에너지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