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올 들어 잘나가는 ‘아들(자회사)’ 덕분에 쾌속 질주 중인 ‘엄마(모회사)’의 주가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특히, 자회사의 실적 개선 소식이 주가를 튼튼하게 받쳐주는 가운데, 이 주가에 반영된 것과 함께 비상장 자회사의 기업공개(IPO)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까지 더해지면서 모회사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자회사의 선전 덕분에 올해 주가가 수직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대표적은 종목은 두산그룹 지주사인 ‘두산’과 CJ그룹 지주사인 ‘CJ’다. 두 종목은 올해 첫 거래일(1월 2일) 종가 대비 전날 종가까지 주가가 각각 29.8%, 17.6% 상승했다.
두 종목의 공통점은 그룹 내 주요 상장 자회사 주가 추이보다도 성장세가 뚜렷하다는 점이다.
이런 특징이 명확한 곳은 CJ그룹이다. 지주사 CJ를 제외한 CJ제일제당(-16.3%), CJ ENM(-19.7%), CJ CGV(-11.8%), CJ프레시웨이(-1.7%)의 주가가 올 들어 모두 뒷걸음질 쳤기 때문이다.
두산그룹의 경우 다 같이 잘나가는 상황 속에서도 지주사의 선전이 돋보이는 상황이다. 건설기계 제조사 두산밥캣(24.8%), 연료전지 제조사 두산퓨얼셀(15.7%)이 두 자릿수 상승세를 기록했고, 원전주(株) 두산에너빌리티(9.5%)도 고성장 추세인 가운데서도 주가 상승률이 가장 앞섰기 때문이다.
두산 주가가 ‘어깨춤’을 출 수 있는 밑바탕엔 두산이 지분 90,9%를 들고 있는 알짜 비상장 자회사 두산로보틱스의 선전이 깔려있다. 협동로봇 제작사인 두산로보틱스는 글로벌 라이벌 업체들 가운데 가장 많은 총 10종의 라인업을 생산 중이다. 국내 로봇 제조사들 가운데선 드물게 해외 판매 경험이 있고, 판매처 중 유럽·미국 등 선진 시장 비중이 약 70%에 이른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다. 이베스트투자증권에 따르면 작년 매출액은 450억원으로 전년 대비 22% 성장한 것으로 추정되며, 올해 매출액은 6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3%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 영업손실 단계지만 2년 연속 적자폭이 축소됐다. 이르면 올해, 늦어도 내년까진 흑자 전환에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 증권가의 공통된 의견이다.
CJ의 ‘효자’는 CJ올리브영이다. 경쟁자였던 GS리테일 ‘랄라블라’가 작년 11월 말 시장에서 전면 철수했고, 롯데쇼핑 ‘롭스’가 롯데마트 ‘숍인숍’ 형태로 사업을 축소하면서 사실상 뷰티 시장에서 독주 체제를 열었다. 작년 매출은 전년 대비 30% 증가한 2조7490억원에 이르고, 영업이익은 74%나 커진 2400억원에 달한다는 분석이 증권가에서 나온다. 점포 수 확장을 통한 오프라인 강화와 동시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를 계기로 정착시킨 온·오프라인 연계 옴니 채널을 통한 수익이 확실한 점도 강점이다.
무엇보다 두산로보틱스와 CJ올리브영이 올해 IPO 시장에서 ‘대어급’ 후보군으로 꼽힌다는 점이 모회사 주가의 상승세에 절대적인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이 증권업계의 평가다. 비상장 자회사의 상장은 그룹이 대규모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는 절차라는 점에서 그룹 전체 재무 구조와 신사업 추진 동력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두산로보틱스는 ‘유니콘 기업 특례 요건’을 활용해 연내 상장을 목표로 구체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이다. 대표 주관사로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을 낙점하기도 했다. 김수현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동종 기업인 레인보우로보틱스의 밸류가 1조8000억원에 육박한다”며 “레인보우로보틱스보다 3배나 매출이 높고, 글로벌 시장 점유율과 해외 레퍼런스 등이 더 탄탄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평가받는 기업가치 ‘1조원’은 보수적인 밸류”라고 강조했다.
작년 상장을 시도했다 얼어붙은 투자 심리에 연기를 결정했던 CJ올리브영의 올해 상장설 역시 꾸준히 나오고 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대 4조원 규모인 CJ올리브영에 대한 상장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평가했고,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CJ올리브영 주식이 장외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아 주식 가치가 희소하다는 점도 프리미엄 요소”라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IPO를 노리는 자회사를 둔 모회사들의 연초 주가 상승세도 두드러진다.
작년 상장을 노렸다 시점을 늦춘 LG CNS의 모회사 LG의 주가는 올 들어 9.4% 상승했다. LG 오너가(家)의 상속 분쟁이 단기적인 영향을 미쳤지만, LG 주가가 꾸준히 강세를 보일 수 있었던 데는 LG CNS의 호실적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LG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LG CNS는 지난해 235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해 전년(2139억원) 대비 10% 상승했다. 신사업인 클라우드, 스마트물류, 인공지능(AI) 부문이 가파르게 성장한 덕분이다. 이승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도 매출액이 14.8%, 영업이익은 14% 상승해 고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LG CNS의 기업가치는 4조~5조원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에 SSG닷컴을 자회사로 둔 이마트(12.6%), 요즘 대세 ‘2차전지’ 배터리 완성품 제조사인 SK온을 자회사로 둔 SK이노베이션(3.7%)도 주가 상승 대열에 합류했다. SSG닷컴과 SK온 역시 끊임없이 IPO설이 나오고 있는 기업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모빌리티 등 상장을 준비하는 자회사를 둔 카카오의 주가도 올해 19%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