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대변인 선발·MZ노조와 치맥회동...2030지지층 이탈 견제

국민의힘 청년 지지율 하락…30대 중 40%는 “민주당 지지”

천하람 “국민은 노력상 주지 않아…주69시간제 해법 내놔야”

이준석 ‘지우기’냐 ‘따라잡기’냐…김기현의 딜레마[이런정치]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를 마친 뒤 대표실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신현주 기자] 국민의힘 3.8 전당대회의 ‘컨벤션 효과’가 2주 만에 실종됐다. ‘낙지없는 연포탕(연대, 포용, 탕평)’ 인선과 ‘주69시간제’, ‘강제동원 해법’ 등 정부 발(發) 악재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김기현 대표는 청년 지지율 반등을 위해 ‘김기현표 혁신’을 내걸었지만, 이준석 전 대표의 정책들과 비슷해 딜레마에 빠진 모양새다. 일각에선 김 대표가 이준석 전 대표를 품지 않는 이상 어설픈 ‘이준석 따라잡기’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청년과 스킨십 늘리는 ‘김기현호’...효과는?

김 대표는 이번주 내내 ‘김기현표 혁신’에 시동을 걸었다. 김 대표는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현재 활동 중인) 청년대변인 임기에 맞춰 새로운 청년대변인을 선발할 계획이 있다”며 “‘나는 국대다’ 형식이 아닌 다른 형식으로, 조금 더 고민한 뒤 차근차근 발표하겠다”고 했다. ‘나는 국대다’는 이 전 대표가 기획한 대변인 선발 토론 배틀 프로그램이다.

김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이 ‘주69시간제’에 대해 MZ세대와 소통을 강조한 만큼, 장예찬 청년최고위원을 내세워 청년과 교류를 강조하고 있다. 장 최고위원은 24일 서울 광화문 근처 호프집에서 ‘일하는 청년들의 내일을 위한 간담회’를 열고 MZ노조와 만나 근로시간 개편안에 대해 논의했다. 장 최고위원은 간담회에서 “오늘 치맥을 시작으로 비노조 근로자들, 조직되지 않은 중소기업의 청년 직장인들을 만나고 싶다”며 “여의도가 아닌 현장으로 찾아가겠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지난 21일엔 당 혁신위원회 위원장이었던 최재형 의원과 30분 독대하며 ‘6개 혁신안’을 보고 받았다. 이준석 체제에서 출범한 혁신위는 지난해 말 ▷공천관리위원회 기능 일부 윤리위 이관 ▷공직후보자 기초자격평가(PPAT) 확대 및 공천 부적격 기준 강화 ▷온라인 당원투표제 도입 ▷상설위원회 개편 및 특위 활성화 ▷국회의원 정기평가제 도입 ▷비례대표 공천 이원화 및 여의도연구원 개혁 방안 등 6개 혁신안을 발표했다.

다만 공직후보자 기초자격평가(PPAT), 국회의원 정기평가제 등에 대해선 현역 의원들의 반발이 심해 혁신위의 ‘6개 혁신안’ 중 절반 정도가 받아 들여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준석 ‘지우기’냐 ‘따라잡기’냐…김기현의 딜레마[이런정치]
[한국갤럽]

‘당심 100%’ 전당대회...그 다음은 ‘민심 100%’ 총선

김 대표의 적극 행보는 20~30대 지지층의 이탈을 막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국갤럽이 21~23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24일 발표한 3월 4주 차 조사에 따르면 30대 응답자 중 다수가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직전 조사에서는 양당이 각각 30% 동률을 보였지만, 이번 조사에선 국민의힘이 25%, 민주당이 40%였다.

청년층은 이 전 대표의 대표 지지층으로 분류된다. ‘당심 100%’로 치른 이번 전당대회에서 이 전 대표의 지지층은 김 대표의 고려대상이 아니었지만, ‘민심 100%’로 치를 내년 총선에서 청년층 표심은 중요한 요소다. 국민의힘 중진의원은 “이 전 대표가 이른바 ‘이대남 정치’를 내세우며 남녀를 갈라치고 젠더갈등을 유발한 것은 맞지만, 국민의힘에 20~30대 지지층이 늘어난 것 또한 사실”이라며 “청년 지지층이 지난 대선에서 우리당에 큰 도움이 됐다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특히 청년층은 다른 세대에 비해 ‘무당층’ 비율이 높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3월 4주차 여론조사에 따르면, 자신이 ‘무당층’이라고 답한 20대, 30대는 각각 45%, 32%였다. ‘무당층’ 비율은 40대(28%), 50대(19%), 60대(16%), 70대 이상(11%) 순으로,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감소했다.

이준석 ‘지우기’냐 ‘따라잡기’냐…김기현의 딜레마[이런정치]
천하람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22일 서울 여의도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청년대변인 선발? 공고에서 ‘청년’ 글자 지우길”

‘김기현표 혁신’에 달린 물음표를 지우기 위해선 ‘이준석계 품기’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친이준석계 연대 ‘천아용인(천하람, 허은아, 김용태, 이기인)’으로 당대표에 도전했던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지난 24일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김 대표와 회동하지 않는 것에 대해 “지금 지도부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이 너무 과하고, 제가 납득하기 어려운 이야기들이 있으니 지금 지도부에서 교통정리가 되고 차분해지면 찬찬히 보자는 의사를 (김 대표에게) 이미 전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천 위원장은 장 최고위원과 MZ노조 간 치맥 회동에 대해 “국민들은 노력상을 주지 않는다”며 “이 정도로 논란이 커지고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졌다고 하면 대안을 내놓아야 하고 내용이 나와야 하고 성과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국대’에서 상근부대변인으로 선발된 신인규 변호사도 지난 22일 정치블로그 ‘고공행진’에 “국민의힘 주장에 따르면 당의 리스크는 이 전 대표인데, 실제 여론조사는 ‘이준석 효과’가 빠지고 나니 2030의 지지율이 낮게 형성됐다”고 밝혔다. 신 변호사는 김 대표의 청년대변인 선발을 ‘이준석 따라잡기’라고 혹평하며 “내게 허락된 직책은 상근 ‘청년’ 부대변인이 아니라 상근부대변인이었다”고 말했다. 신 변호사는 “우선 선발공고에서 ‘청년’의 글자를 지우고 공개적으로 대변인을 선발하기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