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강교량 자살시도 ↑

철제 펜스·회전형 난간도 설치

한강 다리에서 투신 시도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특히 젊은 층의 자살이 증가하면서 지난해 한강교량 20곳 모두 투신자살로 소방이 출동한 건수가 직전 해 대비 늘거나 같았다. 서울시는 한강 다리 난간을 최대 1.6~1.7m로 높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7일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실이 소방청으로 제출받은 ‘한강교량 극단적 선택 구조출동 등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자살 시도로 소방이 출동한 건수는 1000건으로 직전 해보다 40% 가량 증가했다. 특히 마포대교, 한강대교, 양화대교와 같은 접근성이 높고 잘 알려진 다리 외에도 청담대교 등 이전에는 극단적 선택이 적었던 다리도 출동 건수가 늘었다. 평균 출동건수가 2건 이하였던 청담대교는 지난해 10건으로 올랐다.

한 해 자살 시도가 30건 내외였던 반포대교, 동작대교도 지난해에는 각각 68건, 64건으로 2배 가량 증가했다. 자살 시도가 늘긴 했지만 다행히 구조자와 생존구조율도 함께 증가했다. 구조자가 늘면서 생존구조율은 99.6%까지 올라섰다.

극단적인 생각을 갖고 한강 다리를 찾는 사람이 늘어난 데는 젊은 층 자살율 자체가 늘어난 탓이 크다. 지난해 통계청이 공개한 10대~30대 사망원인 1위도 자살이었다.

실제로 한강 다리에 설치된 생명의전화가 지난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전체 상담자 중 20대 이하가 5457건으로 61%를 차지했다. 가장 많은 연령대는 20대로 32.8%였고, 미성년자 상담 건수는 29.1%로 뒤를 이었다. 세 자살 사망자 중에서 20대 비중은 56.7%로 과반을 넘었고, 10대는 43.7%, 30대는 40.6%에 이르렀다. 인구 10만명당 자살한 사람 수를 뜻하는 자살 사망률은 23.6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평균 11.2명의 2배가 넘었다. 지난해 극단적 선택을 위해 마포대교로 간 사람도 늘었다. 2020년 125건으로 잠시 주춤하던 마포대교 자살 구조출동 건수는 2021년 181건으로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255건으로 처음으로 200건을 넘었다.

투신 시도를 막기 위해 서울시도 조치를 취하고 있다. 서울시는 올해 마포대교 다음으로 자살 시도가 늘었던 한남대교, 양화대교, 잠실대교 난간을 높일 예정이다. 마포대교에서도 육상부분에 사람이 오르기 어렵도록 철제 펜스를 설치하고, 회전형 난간을 설치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최대 1.6~1.7m까지 난간을 높일 예정이다”며 “다만 대교 특성에 따라 특수 시설을 설치하는 식으로 투신을 막으려 노력 중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자살 시도 자체가 늘어나고 있는만큼 한강 다리를 수리하는 것보다 더 포괄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지난달 자살 예방 기구를 세우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대통령 직속 자문위원회인 국민통합위원회는 올해 첫 특별위원회로 ‘자살 위기극복 특별위원회’를 출범해 범정부적 해법을 모색할 계획이다. 김빛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