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박영훈 기자] “김과장은 2000만원 받았다고 하는데, 나는 받았다(300만원)는 생색도 내기 힘든 수준이다” (IT업체 직원 P씨)
“비개발 부서만 지난해 보다 현저히 줄었다” (IT업체 직원 K씨)
실적 시즌이 마무리되고 회사별·사업부별 성과급이 속속 공개되면서 성과급 논란이 다시금 불붙고 있다. MZ세대(1980년대초∼2000년대초 출생)를 중심으로 불만이 터져 나오면서 기업들의 성과급 논란이 사내 갈등으로까지 확산되는 양상이다.
특히 해마다 거액을 지급했던 IT기업들이 성과급을 크게 줄이면서 논란은 더 커졌다.
최근 성과급을 지급한 게임회사 엔씨소프트는 직원들의 성과급(인센티브) 불만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지난해 역대 최고 매출에도 보상 규모는 전년보다 큰 폭으로 줄어 내부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사업부별 성과급 차등 지급 문제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직원들에 따르면, 개인별 성과 위주로 지급되다보니 비개발팀보다 개발팀에 대체로 더 많은 성과급이 지급됐다. 직장인 커뮤니티에는 “힘 빠진다. 임원만 배불리는 구조다”, “비개발 직군은 지난해 대비 현저히 줄었다”, “받았다는 생색도 내기 힘든 수준” 이라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앞서 네이버 역시 줄어든 성과급을 놓고 직원들의 불만이 쏟아지면서 곤혹을 치뤘다. 네이버 관계자에 따르면 성과급이 전년 대비 20~40%가량 감소했다.
네이버 직원들은 직장인 커뮤니티에 “인센티브 많다고 해서 이직했는데”, “일할 맛이 안 난다” 같은 반응을 쏟아냈다. 대부분 전년 대비 줄어든 성과급에 대해 반발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사업부별 초과이익성과급(OPI)을 지급했는데, 반도체 사업부인 DS 부문 직원들에게는 연봉의 50%가 지급됐다. 실적 부진에 빠진 생활가전사업부의 지급률은 7%에 그쳤다. 성과급 차이가 벌어지자 올해 초 삼성전자 DX 부문에서는 별도 노조가 출범했다. DS 부문과의 성과급 격차 등 부문별 차등 대우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새 노조에는 생활가전사업부 직원들이 주로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LG전자도 사업부별로 성과급 차이가 컸다. 연간 흑자 달성에 성공한 전장(VS) 사업본부에는 기본급의 550%가 지급됐지만, TV 수요 부진 여파로 HE사업본부에는 기본급의 100∼130%가 지급됐다. 성과급 차등 지급에 불만을 품고 노조가 실력 행사에 나선 경우도 있다.
IT업계 간부 K씨는 “동종 업계에 있는 다른 기업은 물론 같은 기업 내 사업부문별로도 실적에 따라 성과급 지급률이 큰 차이가 나면서 적은 성과급을 받는 구성원의 불만이 상대적으로 더 커졌다”고 전했다.
직원들은 성과급 지급 구조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아 자신이 받은 성과급이 합당한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인크루트의 정연우 팀장은 “성과급 등 극심한 처우 차별은 직원들의 위화감을 심화시키고 조직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며 “성과급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등 공정한 보상 체계 수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성과급 논란이 일부 기업 직원에만 해당하는 ‘그들만의 리그’라는 비판도 나온다. 성과급이 아예 없는 기업도 많기 때문이다. 대기업 중심의 성과급 논란이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의 박탈감을 키운다는 반응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