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금융당국이 은행들의 사회공헌활동 실적을 공시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가운데 국책은행의 사회공헌 규모는 정작 시중은행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민간은행의 사회공헌활동 실적 공시가 자칫 잘못하면 ‘준조세’로 비춰질 수 있다는 논란도 가중되면서, 정부가 유독 민간 금융기관에 대해서만 과도한 잣대와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는 비판에 힘이 실리고 있다.
국책은행, 순익 대비 사회공헌 3%…이마저도 지속 감소
23일 헤럴드경제가 은행연합회의 최근 5개년(2017~2021년) 사회공헌활동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해당 기간 국책은행 3곳(IBK기업은행·KDB산업은행·수출입은행)의 당기순이익 대비 사회공헌지출액 비중은 총 3.73%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사회공헌지출 비중은 8.3%로 국책은행 보다 배 이상 많았다.
3개 국책은행의 사회공헌지출액 비중은 2019년 10.3%를 기록한 것 이외에는 매년 5%에도 채 미치치 못했다. 게다가 그 이후에는 최근 3년간 지속적으로 큰 폭으로 줄었다. 5대 시중은행의 사회공헌지출액 비중 역시 최근 3년간 하락세를 기록하기는 했지만, 그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2017년 국책은행의 사회공헌지출 비중은 4.17%로 5대 시중은행(7.39%)의 3분 1 수준이었던 것이 2019년에는 10.3%로 5대 시중은행(9.45%)에 비해 약 0.9%포인트 가량 앞서기도 했다. 하지만 2020년(3.89%)을 거쳐 2021년에는 1.57%로 크게 줄어 5대 시중은행(8.4%)의 5분 1 수준으로 크게 떨어졌다.
세부적으로 보면, 기업은행의 사회공헌지출액 비중이 가장 높았다. 그러나 2020년 7.44%이던 사회공헌지출액 비중은 2021년에 4.94%로 크게 줄어 5대 시중은행의 절반 수준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기업은행의 당기순이익은 1조1412억원에서 1조8527억원으로 크게 늘었으나, 사회공헌지출액은 850억원에서 917억원으로 소폭 상향에 그쳤기 때문이다.
사회공헌 규모 감소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서도 마찬가지였다. 2019년 4.49%까지 올랐던 산업은행의 사회공헌지출액 비중은 2021년 0.39%까지 감소했다. 같은 기간 산업은행의 당기순이익은 5274억원에서 2조6975억원으로 5배가량 늘었으나, 사회공헌액은 200억원대에서 100억원대로 줄었다. 수출입은행 또한 2021년, 전년에 비해 1500억원가량 불어난 457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으나 사회공헌지출액은 단 2억원 상향한 72억원에 불과했다.
국책은행들은 시중은행과 동일한 잣대로 판단하기 어렵다면서도 관련 사회공헌 사업을 지속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공시되는 사회공헌사업 외에도 중소기업 금융지원 등 정책금융 역할을 충실히 해오고 있다”며 “코로나 등 사유로 감소한 관련 사업비가 늘어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은행권 공동사업이나 신규 사회공헌사업 개발 및 추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산업은행 관계자 또한 “기본적으로 이익을 정책금융 재원으로 사용하고 있고 정부의 배당을 통한 환원도 하기 때문에 일률적 비교는 어렵다”면서도 “중단됐던 은행권 공동 사회공헌 사업에도 동참하고 사회적 약자 후원을 강화하는 등 확대 운영을 계획 중이다”고 설명했다.
사회공헌활동 공시 추진…준조세 논란도
금융당국은 이와 관련 은행권의 사회공헌활동을 보다 활성화하기 위해 실적 공시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자장사로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다는 눈총을 받고 있는 은행권이 향후 3년간 10조원의 금액을 사회공헌활동에 쓰기로 했지만, 금융당국은 실효성에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일종의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사회공헌활동 실적을 공시하는 방안을 놓고 지나친 간섭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우찬 고려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와 관련 “대통령 말 한 마디로 준조세를 부과하는 것과 같은 모양새다”며 “시장 논리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은행업이 당국의 규제를 받는 산업이라고는 해도 주주가 있는 민간 주식회사라는 점에서 사회공헌활동 실적 공시는 자칫 잘못하면 정부가 주주 돈을 뺏는 준조세식 제도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또 “금융회사의 사회적 책임이라고 하면 기부금이 아니라 금융소비자보호”라면서 “정부는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해 더 총력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