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투자 줄어든 이유가 핵심
벤처캐피털 통한 기업 2%에 그쳐
금융위와 3월부터 80조 순차공급
글로벌 네트워킹·국가브랜드 강화
부산액스포, 중기 글로벌화 도약대
“싸움은 기세인데, 가장 무서운 적은 심리적 공포다. 그 공포는 바이러스처럼 번진다. 실체 없는 위기론은 시장의 사기만 꺾을 뿐이다. 그런 위기론을 하나씩 타개하는 게 중소벤처기업부의 역할이다.”
이영 중기부 장관은 최근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벤처업계의 위기와 관련한 우려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 장관은 역대 중기부 장관 중 유일한 벤처기업인 출신. 지난 2000년 디지털콘텐츠 보안솔루션 업체인 벤처기업 ‘테르텐’을 창업한 바 있다. 이어 소프트웨어산업협회, 소프트웨어전문기업협회,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지식정보보안산업협회 등에서 활동했다. 2015년에는 제9대 한국여성벤처협회 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이 같은 이력 덕분에 전임 장관들에 비해 벤처·스타트업 현장을 잘 이해하고, 중소기업들이 처한 어려움에 대한 맞춤형 솔루션을 제시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이 장관은 국내 벤처·스타트업에 대한 투자환경과 여력, 실 집행률 등이 시장의 생각만큼의 ‘암흑기’라고 보기에는 어려운 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뜸 지난해 기준 투자를 받은 벤처기업의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 기자에게 되물었다.
이 장관은 “주변에 투자를 받는 벤처·스타트업의 비율을 물어보면 40~50%, 황당하게 100%라고 답하는 이도 있다. 하지만 정작 벤처캐피털(VC) 등을 통해 투자가 이뤄지는 기업은 2%에 불과하다”며 “3고(高) 등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 벤처·스타트업의 성장을 위해 중기부가 금융위 등과 협력해 3월부터 80조원을 순차적으로 공급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빙하기’라고까지 불리는 벤처·스타트업계의 투자 감소 현실에 대해서도 반론을 제기했다. 모태펀드의 투자가 위축돼 시장에 자금이 돌지 않는다는 일부의 지적 역시 ‘반은 맞지만, 반은 틀리다’는 분석을 내놨다.
그는 “지난해 펀드 투자액이 6조8000억원으로 전년의 7조7000억원에 비해 준 것은 맞다. 하지만 같은 기간 펀드결성액은 1조2000억원, 투자여력은 3조2000억원 늘었다”면서 “벤처 투자가 줄었다고 아우성인데, 2019년에 비해 50%나 증가했다. 2021년에 비해 줄어든 것 뿐”이라고 했다.
벤처투자 위기설의 핵심은 대규모 투자가 줄어든 여파라는 게 이 장관의 진단. 투자를 받는 기업은 늘었지만 투자액이 줄었다는 것은 이른바 ‘잭팟’을 기대하기 힘들어진 상황에서 VC들이 투자 집행을 보수적으로 하기 때문이라는 것.
또 VC같은 투자자들도 현재의 3고(高)와 같은 불황기엔 때를 봐가며 투자할 수밖에 없으며, 시장경제에서 정부가 투자를 강요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이 장관은 “가격이 조금 더 싸질 때까지 기다리려는 것으로 해석한다. 시장 참여자라면 누구나 그럴 것”이라며 “대신 세액공제와 같은 투자 유인책을 검토하고 있고, 관계 부처와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호황기 때는 VC들이 높은 기업가치에 베팅을 한다. 매출이 안 나고 수익이 안 나도 돈이 몰린다. 하지만 최근 같은 불황은 다르다”고 했다. “특히 기업공개(IPO) 직전 단계의 기업들이 기업가치가 떨어지니 상장을 망설이게 된다. VC입장에선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진다”며 “시장 상황이 이러니 11조원에 달하는 실탄이 쌓여 있어도 투자가 주춤하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 장관은 이 같은 VC들의 투자기피와 시장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한 중기부의 액션플랜을 내놨다. 그는 “3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리는 스타트업 페스티벌인 ‘비반(BIBAN) 2023’을 시작으로 글로벌 투자유치(IR)에 나설 계획”이라며 “시중은행들에 대출 만기연장이나 상환유예, 이자보전 등 사회적 환원을 요청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VC들이 요구하는 세제혜택도 추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무엇보다 시장의 불확실성을 중기부가 책임지고 해소하겠다고 했다. 시장이 어렵다고 해도 이를 책임져야 하는 게 정부의 할 일이라는 것이다.
이 장관은 지난해 중기부의 최대 성과인 ‘납품대금연동제’와 관련한 일부 경제단체의 비토에도 선을 그었다. 중기부는 이달 초 연동제 로드쇼를 열며 올해 안에 6000개 기업의 참여를 목표로 제시했다. 하지만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연동제 반대 입장을 밝힌 일부 경제단체들이 행사에 불참하며 많은 뒷말을 낳았다.
이 장관은 “일부 경제단체들이 연동제에 반대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속도조절을 요구하는 게 아닌가 싶다. 특히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기보다는 납품대금 연동제라는 타이틀에 거부감을 갖고, 과민 반응을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동제는 원자재 성격, 납품계약에 있어 위탁사와 수탁사가 잘 협의해서 진행하게 규정됐다, 그리고 어떠어떠한 조건에 해당될 경우 수위탁 계약을 안 해도 된다는 게 골자”라며 “지난해 삼성전자, 현대차 등 대기업들과 8개월 가량 연동제TF를 가동하면서 그들의 의견을 담아냈다.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준 것에 대기업 측에서도 만족감을 드러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일부 중소기업들은 강제성이 떨어지고, 패널티가 약하다는 점에 되레 불만을 표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강력한 법도 현장을 움직일 수는 없다”며 “연동제의 법제화는 그 시작을 천명하는 수단이며, 실제론 구성원들의 적극적 연동제 참여와 실행이 시장을 바꿔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장관은 벤처·스타트업 업계의 숙원과제인 ‘복수의결권’에 대한 입장도 내놨다.
복수의결권은 1주당 부여되는 의결권을 2개 이상의 복수로 하는 제도. 기업들의 경영권 보호를 위해 일부 국가에서 시행 중이지만,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상법상 ‘1주 1의결권’이 유지되고 있다. 중기부는 국회 법사위에 1년 넘게 계류 중인 법안의 통과에 노력해 왔다. 이 장관 역시 국회의원 시절 관련 법안을 발의할 정도로 의욕이 높다.
이 장관은 “국회 해당 상임위원들 방을 수시로 찾아다니고 있다. 여당에서는 통과에 동의를 했는데, 야당의 입장이 오락가락하며 통과가 미뤄지고 있다”며 “중기부 입장에선 어렵다는 말만 할 게 아니라 계속해서 국회를 설득해 조속히 법제화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 장관은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의 부산 유치에 대해서도 역설했다. 엑스포는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이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자리매김할 계기라는 것이다. 또 국내 중소·벤처기업들이 글로벌화를 이뤄낼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이 장관은 “수출 중소기업이 9만2578곳인데, 이 중 1개 국가에만 수출하는 기업이 절반이 넘는다. 수출 다변화를 이루기 위해선 글로벌 네트워킹과 국가 브랜드 강화가 필수적”이라며 “엑스포 유치가 성사되면 K-중소·벤처기업의 제품과 기술력이 글로벌화하는 데 큰 도약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재훈 기자
igiza77@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