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고물가 바람이 외식값에도 불어닥친 ‘런치플레이션’ 시대. 소비자의 곁을 떠났던 영광의 주인공이 15일 돌아왔다. ‘혜자롭다’는 유행어를 만든 GS25의 ‘김혜자 도시락’이다. 점심 값을 걱정하던 기자가 출시 첫날 직접 사서 먹어봤다.
“혜자 도시락 있나요?”. 15일 정오. 가까운 서울 영등포구 GS25를 찾았지만 도시락 코너엔 ‘김혜자 도시락’이 없었다. 출시 첫날 발주를 안 했을 리 없다는 생각에 점원에게 도시락의 향방을 묻자 “아, 방금 하나 팔렸어요. 가져다 드릴게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러면 그렇지’ 하며 안도하는 동안 비품창고에 있던 김혜자 도시락 두 개가 모습을 드러냈다. 가격은 4500원. ‘출시 기념! 혜자롭게 600원 할인!’이라고 적힌 문구가 경쾌하다. 일회용 수저와 젓가락이 필요하냐고 묻는 점원의 친절에 “집에서 먹을거라 괜찮다”고 답하며 편의점을 나왔다.
가정용 전자레인지에 2분. 잠깐의 기다림이 끝난 뒤 도시락을 뜯는 손이 바빴다. 굳이 편의점 도시락이 아니더라도, 도시락 자체가 오랜만이었다. 도시락에서 가장 큰 면적을 차지한 건 메인 반찬인 제육볶음과 흑미밥. 밥 위엔 계란 프라이가 올려져있다. 사이드 반찬으로는 볶음김치와 어묵볶음, 너비아니 등 호불호가 크게 없는 반찬들이 따라왔다.
‘이건 어디에 뿌리라는 거지?’ 동봉된 오뚜기 참기름은 어디에 쓰는 것인지 몰라, 그냥 밥 위에 올려진 계란 프라이 위에 뿌렸다. 고소한 냄새가 식욕을 자극한다. 참기름 뿌린 계란과 밥을 떠 입안에 넣고 매콤짭짤한 제육볶음도 욱여넣었다. ‘촉촉~한 계란 프라이가 들어있어요!’란 문구처럼 반쯤 익은 노른자가 촉촉한 참기름에 부드럽게 녹아들었다. 적당히 그을린 프라이 가장 자리가 식감을 더했다.
메인 반찬인 제육볶음은 ‘누구나 아는 그 맛’을 자랑했다. 홍고추와 청고추 한 점씩 고명으로 올려 모양을 낸 제육은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기본에 충실했다. 저물가 시대라면 얕잡아 봤을 어묵볶음도 야무지게 먹었다. 고추가 섞인 듯 칼칼한 맛이 들어가 느끼함을 잡아줬다. 볶음김치는 다른 매콤한 반찬이 있어서인지 매운 맛보단 새콤하고 단 맛이 강했다. 개인적으로 싫어하는 너비아니도 리뷰를 위해 한 입 먹었다. 불고기버거 패티와 비슷한 달달한 소스가 익숙했다.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건 4500원이라는 가격이다. 600원을 더 할인 받아 3900원에 먹어 만족감이 커졌다. 반면, 상당한 칼로리는 다소 부담이다. 다 먹고 난 뒤에야 확인한 혜자 도시락의 칼로리는 411g에 723kcal다. 반대로 말하면 성인 남성이 먹기에도 부족하지 않은 양과 열량이기도 하다. 배달 최소 금액인 1만 8000원을 맞추기 위해 마라샹궈에 꿔바로우를 추가로 주문한 어제 점심과 비교하면, 사실상 가격도 칼로리도 합리적인 수준이다. 한 마디로, “그럴 싸 했다”.
이날 정오 방문한 편의점은 점심 한 끼를 해결하기 위해 방문한 손님들로 붐볐다. 혜자 도시락 뿐 아니라 다른 회사 제품들도 불티나게 팔렸다. 고물가 시대를 맞이해 날개를 단 모습이다.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도시락 제품 매출의 2021년 대비 신장률은 GS25가 41.2%로 가장 컸다. 그 뒤를 세븐일레븐 35%, 이마트24 28%, CU 24.6%가 뒤따랐다.
연초 성적표는 어떨까. 올해 1월부터 2월 8일까지의 도시락 매출의 전년 동기 대비 신장률은 세븐일레븐이 30%로 앞섰다. 이마트24 21%, CU 22.1%로 나타났다. GS25의 경우 1월부터 2월 6일까지의 신장률이 22.5%로 집계됐다.
한편 전날 마감된 혜자 도시락 첫 발주는 평소 신상품 도시락의 평균 발주 수량보다 350% 이상 몰린 것으로 전해졌다. 누적 매출액 1조원을 기록했던 ‘혜자 도시락’ 카드를 다시 꺼내든 GS25가 폭풍 성장세를 기록한 지난해의 아성을 이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