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를 때마다 갔다” 자신감
“증거인멸 불가능” 주장도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체포동의안 글쎄, 진짜 올까요. 늦어질 것 같던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응한 세 번의 검찰 소환조사 이후, 정치권은 일제히 검찰의 ‘다음 스텝’에 시선을 쏟고 있다. 검찰이 조만간 이 대표에 대한 신병확보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민주당에선 “검찰의 영장청구 기류가 바뀐 것 같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수차례 검찰 조사에서 이 대표가 보여준 ‘전략’이 유효했다면서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할 명분이 떨어졌다고 평가 때문이다. 반면 일각에선 희망보다는 제대로 된 대비가 필요하다면서 체포동의안 국회 송부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검찰은 10일 ‘위례·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관련 2차 조사를 마무리 후 사안의 중대성과 이 대표 진술 태도 등을 이유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절차적으로는 검찰이 영장 청구 후 관할 법원이 정부에 체포동의요구서를 제출, 대검찰청과 법무부를 거쳐 대통령이 이를 재가하면 법무부가 체포동의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하는 수순이 진행 될 것이란 관측이다.
그러나 최근의 민주당 생각은 다르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11일 체포동의안 국회 송부 가능성에 대해 “검찰이 이 대표를 계속 소환조사만 하고, 체포동의안은 못 넘기지 않을까 하는 기류가 읽힌다”며 “본회의가 있는 이달 24일을 시점으로 이때 오지 않을까 봤는데, 3월이나 아예 확 뒤로 넘어간다는 말도 나온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민주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검찰이 구속영장 청구를 망설이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 데에는 그게 몇가지 배경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이 대표가 매번 강조하는 ‘무죄 자신감’이다. 이 대표는 최근 자신을 향한 검찰의 조사 자체와 ‘피의사실공표성’ 언론 보도 등에 대해 “검찰의 신작 소설이 너무나 터무니없다”며 무죄 입증에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10일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면서 입장문에서도 “벌써 세 번째 소환이지만 첫 번째 소환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성남FC 사건은 아직까지 뚜렷한 증거 하나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두 번째 소환 이후에도 검찰에 조종되는 궁박한 이들의 바뀐 진술 외 그럴싸한 대장동 배임증거는 나오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성태 전 회장만 송환되면 이재명은 끝장날 것이라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은 김 전 회장이 구속되었는데도 흔적 없이 사라졌다. 공평무사해야할 수사권을 악용해 온갖 억지 의혹을 조작하더니 이제는 해묵은 북풍몰이 조작을 시작했다”고 비판했다.
다음으로는 “검찰이 부를 때마다 갔다”는 절차적 정당성이다. 이 대표는 검찰의 수차례 소환에 대해 “죄는 없지만 부르니 가겠다”는 입장을 선제적으로 밝히고 이 같은 행보를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검찰 조사에서 답변을 서면 진술서로 갈음하고 추가 답변을 하지 않는 전략을 구사하는 중이다.
이 대표는 10일 검찰청에 들어가기 전에도 “진술서로 사실을 충분히 밝혔다”고 강조하면서 “모든 진술은 검찰의 조작과 창작의 재료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해 검찰이 하는 질문들에 대해선 진술서로 대신하겠다는 말씀을 다시 한 번 드리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검찰 입장에서는 이 같은 이 대표 진술 태도가 ‘구속 수사 필요성’으로 비춰지지만, 민주당은 “검찰이 성과 없는 소환조사를 고집하며 제1야당 대표를 매일 포토라인에 세우는 ‘망신주기’를 하고 있다”고 역공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또 민주당은 “증거 인멸이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이어가고 있다. 성남FC, 위례 대장동 의혹 관련자인 정진상 전 민주당 당대표실 실장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등이 모두 구속 수사를 받는 상황에서 이들과 교감하거나 ‘진술 짜맞추기’를 할 수 없다는 주장에서다. 추가적으로는 “제1야당 대표가 도주하겠느냐”는 당위성에도 호소하고 있다.
다만 이 대표가 세 번째 검찰 소환조사를 앞두고 ‘나홀로 출석’을 고집한 것을 두고는 향후 체포동의안 표결을 대비하는 것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당내 비명계로부터 거센 반발을 얻은 ‘방탄 세 과시’ 비판을 고려해 이를 잠재우고, 체포동의안 표결시 ‘이탈표’를 단속하려는 포석이란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