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친구 사이에서 유행해서 가입했는데, 중국 앱일 수도 있다는 얘기 듣고 바로 삭제했어요.”(본디 이용자)
“중국 앱이면 개인정보 순식간에 빠져나가는 거 아닌가요? 중국 자본이 이런 식으로도 침투할 수 있나요?”(본디 이용자)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메타버스 기반 애플리케이션 ‘본디(bondee)’의 정체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본디는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IT스타트업 ‘메타드림’이 지난해 10월 출시한 소셜앱이다. 아바타와 원룸 형태의 가상공간을 꾸미고 최대 50명과 친구를 맺어 소통할 수 있다. 2000년대 유행했던 싸이월드의 ‘미니룸’과 유사해 20~30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본디는 국내 애플스토어와 구글플레이 ‘인기 앱’(무료 앱 기준) 1위를 독차지할 만큼 인기가 많다. 빅데이터 분석업체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5일까지 본디의 신규 설치 건수는 9만2284건에 이를 정도로 회원 수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월간활성이용자수(MAU)도 3만1489명(1월 기준)에 이른다.
이러한 인기 상승에 찬물을 끼얹은 건 다름 아닌 본디의 ‘국적 논란’이다. 최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본디는 국적을 세탁한 중국 앱이며 개인정보 유출위험이 있다”는 의혹이 순식간에 퍼졌다. 이에 이용자들은 “이미 개인정보가 빠져나간 것 아니냐”고 우려하며 앞다퉈 본디 ‘탈퇴 인증’을 하고 있다.
이용자들은 이러한 논란이 허무맹랑한 소문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애초에 본디는 지난해 1월 중국에서 출시돼 ‘반짝 인기’를 끌었던 중국 소셜앱 ‘젤리’를 기반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젤리는 한때 중국 ‘국민 앱’인 위챗과 틱톡을 제치고 1위에 오를 정도로 인기였으나 개인정보 침해, 아바타 의상 표절, 메신저 지연 논란 등으로 한 달 만에 자취를 감췄다.
역사 속으로 사라질 뻔한 젤리를 다시 살려낸 건 본디의 운영사 메타드림이다. 메타드림은 지난해 5월 젤리의 운영사 ‘트루.리’(True.ly)의 지식재산권(IP) 전량을 인수했다. 이를 통해 전 세계에 선보일 수 있는 서비스로 개선해 본디로 재탄생시켰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실제로 젤리와 본디의 아바타와 서비스는 매우 유사하다.
메타드림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독립 IT기업’임을 밝혔다. 회사 측은 “본디는 싱가포르, 일본, 미국 3개의 독립 데이터센터를 설립해 이용자들의 데이터를 소중하게 보호한다”며 “국가별 데이터 안전 관련 법규를 준수하기 위해 태국, 필리핀 등에 지역별 운영센터를 설립해 글로벌한 플랫폼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엔 메타드림이 중국 국적으로 본디의 상표를 출원했다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최근 중국 기업들은 경쟁적으로 싱가포르로 본사를 이전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악화돼 제재가 강화되고 반(反)중 정서가 확산되자 일종의 ‘국적 세탁’에 나선 것이다. 이를 통해 중국 기업이라는 인식을 지우고 글로벌 기업으로 마케팅해 세계 시장에 진출하는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