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시간 인터뷰 담아…“트럼프 파격적, 시진핑 강렬한 현실주의자”
“오바마는 일 얘기만…文은 징용배상 판결 국제법 위반 안 ‘확신범’”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역대 최장수 일본 총리를 지낸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회고록이 8일 발매됐다. 아베 전 총리의 생전 인터뷰를 정리한 책으로 자신이 만난 각 국 정상들에 대한 평가도 담겼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아베 전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파격적이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현실주의자라고 각각 평가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두고 "어쨌든 파격적이었다"는 말로 정리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골프 회동을 자주 한 아베 전 총리는 “현실 문제로 일본이 (트럼프의) 표적이 되면 나라 전체가 어려운 상황에 빠진다. 대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했다”고 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서방 세계의 지도자라는 인식을 갖지 않은 채 “미국과 중국 간 문제는 무역 균형, 미국과 러시아는 안전 보장 등 2국 간의 일을 생각했다”며 “트럼프에게 '자유세계의 리더로 행동해 달라'고 호소했다”고 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에 대해선 “일 이야기밖에 하지 않았다. 친구 같은 관계를 쌓는 건 어려운 타입이었다”고 언급했다.
시 주석에 대해선 “시 주석이 '만약 미국에 태어났다면 미국 공산당에 들어가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이나 공화당에 입당하겠다'고 말했다”며 “강렬한 리얼리스트(현실주의자)”라고 평했다.
중일 관계에 대해서는 “안보상의 과제를 관리하면서 경제면에서는 중국의 시장적인 가치를 일본의 기회로 바꾸어 나가는 것이 정치의 기술”이라고 했다.
재임 중 총 27차례 회담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해선 “냉정해 보이지만 의외로 싹싹하다”고 평가했다.
반면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한국 대법원의 징용 배상 판결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확신범’이라고 비난했다.
아베 전 총리는 2018년 한국 대법원이 일본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을 대상으로 강제징용 피해를 배상하도록 판결한 것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문 전 대통령이 노무현 정권 당시 한일 협정을 재검토한 위원회에 참가했기에 징용 배상 판결의 문제점을 알고 있었지만, 반일을 정권 부양의 재료로 이용하고 싶어했다고 주장했다.
'아베 신조 회고록'에는 그가 총리직에서 퇴임한 이후인 2020년 10월부터 약 1년간 18회에 걸쳐 36시간 동안 응한 인터뷰 내용이 실렸다.
요미우리신문 특별편집위원과 논설부위원장이 썼고, 기타무라 시게루 전 국가안전보장국장이 감수했다. 애초 지난해 초에 출간될 예정이었다가 아베 전 총리의 요청으로 발매가 연기됐다가 그의 사후에 부인의 동의를 거쳐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