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 고재우 기자] “미국 선물시장에 투자했더니 밤에도 잠을 못자요.”(38세 투자자 A씨)
“낮엔 종일 주식 차트보다가, 배달음식 시켜먹고, 밤엔 유튜브나 넷플릭스 보다보면 밤 새고. 집에 있으면 다 이렇지 않아요?”(42세 회사원 B씨)
요즘 세대가 부모세대보다 빨리 늙고 있다는 학계의 주장이 나왔다.이유는 A씨, B씨처럼 주식 광풍, 배달음식, 밤잠 설치기 등이 만연된 생활 습관 때문이다. 특히, 3040세대의 노화 속도가 빠르다는 우려다. 각종 의료 기술은 발전하지만 정작 더 부모보다 빨리 노화하는 것. 이른바 ‘가속’노화다.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최근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개최한 ‘노인 건강 관리 정책 방향’ 세미나에서 “3040세대가 부모 세대보다 더 가난하고, 더 빨리 늙는 첫 세대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질병관리청이 공개한 ‘2020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30대 남성의 58.2%, 40대 남성의 50.7%가 비만으로 나타났다. 마찬가지로 40대 남성의 고혈압 유병률도 31.5%로 지난 1998년 조사 이래 가장 높았다.
반면 3040세대의 고혈압·당뇨병 등 인지율 및 치료율은 50% 이하였다. 이런 만성질환 등 건강 악화는 가속노화로 이어진다.
정 교수는 3040세대 건강 악화의 원인으로 “배달 음식, 유튜브·넷플릭스 등으로 인한 수면 부족, 코인 등 주식투기 플랫폼, 직장 내 스트레스” 등을 꼽았다.
잘못된 생활 습관과 과도한 스트레스로 몸은 급속히 늙고 있지만, 정작 피부 주름 등 눈에 보이는 노화엔 그 어느 때보다 민감하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2020년 기준 항노화(안티에이징) 제조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항노화 제품 생산하는 제조 사업체 총 매출액 19조65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약품 제조업(약 10조2700억원), 화장품 제조업(약 5조1400억원), 건강기능식품 제조업(약 3조1600억원), 의료기기 제조업(약 1조800억원) 등이다.
정 교수는 시중에 나온 항노화 제품이 가속노화를 막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동차를 예로 들며, “광택을 낸다고 해서 성능이 좋아 지는 것은 아니”라고 비유했다.
정 교수는 “테라피, 트리트먼트, 주사 등 항노화 타이틀을 달고 시중에 나온 것 중에 노화를 개선시킬 수 있는 약은 없다”며 “가속노화 효과를 100이라고 했을 때 시중에 나온 상품들 효과는 1, 2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초가공식품, 스마트폰, 술, 직장 스트레스 등 환경에 노출돼 있다”며 “이런 악순환에 빠져 있지 않은지 점검하고, 잘 자고 잘 먹고 잘 생각 하는 등 생활습관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