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가 대비 60%대 하락

보증금 내줄 돈 없어

강남 신축 단지도 영향

“전세금 내주려 헐값에 팔았어요” …반포써밋 24.5억 신저가 알고보니 [부동산360]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한 아파트상가 공인중개소 앞에 급매물 관련 안내문이 부착되어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박자연 기자] 전셋값 하락세가 가팔라지자 이를 버티지 못한 일부 집주인들이 급매와 역월세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내줘야하는 보증금만큼 다달이 세입자에게 월세를 주겠다는 제안은 물론이고, 고가 전세금을 내줄 위기에 시세보다 훨씬 낮게 집을 파는 사례도 곳곳에서 목격된다.

3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전셋값이 최고가 대비 10억원 이상 하락한 거래가 다수 등장하고 있다. 서초구 잠원동 아크로리버뷰 전용 84㎡는 지난달 30일 14억2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성사됐다. 이 단지 전세 최고가는 지난해 6월 거래된 26억으로 최고가 대비 11억8000만원(45%)이 떨어졌다. 반포동 반포리체 전용 59㎡도 지난달 28일 최고가 대비 11억3038만원(-66%) 내린 5억6962만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 역시 이달 1일 13억원에 전세 거래가 성사됐는데 이는 최고가(24억원) 대비 11억원 하락(-45%)한 수준이다. 강남 대장아파트로 불리는 반포자이 전용 59㎡은 지난달 말 5억원대에 전세 계약이 3건이나 발생했다. 반포자이 해당 평형 전세 최고가는 16억원으로 절반 넘게 전셋값이 내렸다. 용산구 대표적인 고가주택인 한남더힐도 전용 235㎡은 지난달 30일 최고가 대비 11억원 하락한 49억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다.

이같은 상황에 전세 보증금 내주지 못해 못해 마지 못해 급매물을 내놓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2018년 준공된 신축급 서초구 반포써밋 전용 84㎡의 경우 지난달 11일 24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해당 매물은 동과 층이 모두 프리미엄이 붙을 정도로 인기가 있는 호수였으나, 집주인이 만기가 도래한 전세 보증금을 내주기 위해 급하게 내놓은 매물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포써밋 전용 84㎡의 최고가는 2021년 10월 체결된 31억9000만원이다. 지난해 4월 이뤄진 직전 거래도 31억원에 성사됐다. 전셋값 하락이 시세보다 낮은 급매를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부터 강남권 신축 입주 물량이 대거 예고되면서, 현재 해당 단지 전세는 12~13억원에 형성돼있다.

보증금을 인하해달라고 요구하는 전세 세입자들에게 다달이 돈을 주는 일명 ‘역월세’를 제안하는 집주인도 심심치않게 나온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한 전세 세입자는 “곧 만기라 보증금을 시세를 반영해 내려달라고 했더니 집주인이 내줄 돈이 부족하다며 다달이 얼마씩 주겠다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또다른 전세 세입자도 “임대인이 보증금을 내주는 대신 역월세를 제안했는데 이율을 얼마로 해야할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월 넷째 주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전세 가격 하락률은 각각 1.01%, 1.04%를 기록했다. 전주 하락률보다 하락폭이 감소했지만 서울의 경우 지난해 12월 둘째 주 이후, 수도권은 첫째 주 이후 1%가 넘는 하락률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