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 수신잔액 감소

시중은행은 고공행진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 한 기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임원 A씨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처음 출시한 2018년도부터 사용한 ‘헤비유저(빠져있는 사람)’였다. 편리한 UI·UX가 새로웠을 뿐 아니라 시중은행보다 높은 수신금리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인터넷은행에 있던 돈을 전부 빼 시중은행에 넣었다.

인터넷은행의 인기가 시들어가고 있다. 무점포·저비용을 표방하며 금융 소비자에게 더 높은 금리혜택을 약속했던 인터넷은행이 시중은행과의 차별점을 점차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신잔액 감소한 인터넷은행…시중은행은 고공행진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2개 인터넷은행(케이뱅크·카카오뱅크)의 수신잔액은 47조 6858억원으로 3분기(48조460억원) 대비 소폭 감소했다. 이들 인터넷은행의 수신잔액은 1분기 44조5814억원, 2분기 45조3608억원, 3분기 48조460억원으로 계속 늘어났지만 금리인상기가 절정을 이루며 금리 경쟁이 치열했던 지난해 9~12월 오히려 수신잔액이 줄어든 것이다.

반면, 시중은행은 같은 기간 성장세를 이어갔다. 4대 시중은행(신한·우리·국민·하나)의 지난해 4분기 수신잔액은 1538조7730억원으로 전 분기(1507조3387억원) 대비 2% 넘게 성장했다. 이들 시중은행은 1분기 1463조664억원, 2분기 1482조2420억원, 3분기 1507조3387억원으로 지난해 증가세를 유지했다.

지난해 4분기 한국은행이 순차적으로 기준금리를 빅스텝(0.5%p), 베이비스텝(0.25%p)으로 인상하며 시중은행도 치열한 수신금리 경쟁을 펼쳤는데, 이 과정에서 일부 인터넷은행의 수신고객도 이탈한 것으로 풀이된다.

비용절감→고객혜택으로 돌려준다더니…금리메리트 없어

무점포·저비용을 내세우며 절감된 비용을 소비자들에게 혜택으로 돌려주겠다던 인터넷은행의 메리트가 사라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018년 첫 인터넷은행이 인가를 받고 출범했던 당시 파격적이었던 이유는 인터넷과 모바일 등 비대면 채널을 주요 영업채널로 활용해 가격경쟁력이 높다는 것 때문이었다. 은행들이 골머리를 앓던 비용절감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해 더 높은 수신금리와 더 낮은 대출금리를 제공해준다는 게 특징이었다.

하지만 현재 시점에서 인터넷은행의 금리는 시중은행 대비 큰 우위가 없는 상황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2개 인터넷은행의 전월취급 평균금리(만기 12개월 기준) 밴드는 4.5~5.0%로, 시중은행(3.8~4.84%) 대비 상단이 16bp(1bp=0.1%p)밖에 차이나지 않았다.

대출금리 역시 시중은행보다 더 높은 상황이다. 신용점수 970점(KCB) 기준 신용대출을 문의한 결과 시중은행의 최저 금리는 5.53%인 반면, 인터넷은행은 최저금리가 7.63%에 해당했다. 시중은행처럼 채권을 발행할 수 없는 인터넷은행이 조달 여력이 상대적으로 좋지 않아 금리도 더 높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인터넷은행 출시 초반에는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역마진을 감수하고서라도 금리를 잘줬다”며 “처음에는 가능했지만 역마진을 계속 감수할 수 없어 최근에는 금리 경쟁력도 시중은행보다 좋지 않고 전세자금대출·주택담보대출 등도 시중은행보다 취급을 적게 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