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항공 업계선 트럼프-머스크 대응 고심 중…독점 우려도”
‘앙숙관계’인 머스크-베이조스…SNS서 설전
폴리티코 “베이조스, 트럼프와 화해까지 갈 길 멀어”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일론 머스크의 우주 기업 스페이스 X가 제프 베이조스가 설립한 블루 오리진과의 경쟁에서 더욱 격차를 벌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머스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부상하면서 자신의 우주항공 사업 확대에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24일(현지시간)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머스크가 트럼프을 등에 업고 스페이스X와 관련한 사업을 더 따내면서 항공우주산업을 독점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우주 산업 로비스트는 “업계 내에선 머스크와 트럼프라는 최강의 조합이 이뤄지면서, 머스크의 독주를 앞으로 어떻게 막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인수위원회 계획에 참여한 미 항공우주국(나사·NASA) 졸업생 찰스 밀러는 “현재 우주산업 업계의 모든 사람들이 머스크의 영향력을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2000년 설립한 블루 오리진과 머스크가 2002년 설립한 스페이스X는 인류의 달 복귀 계획인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를 두고 열띤 경쟁을 펼치고 있다.
나사는 2021년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 참가할 달 착륙선 개발 사업자를 선정할 당시 예산 부족으로 스페이스X만 선정한 바 있다. 이에 블루 오리진은 스페이스X보다 낮은 가격에 입찰했음에도 탈락한 데 반발하며 NASA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블루 오리진은 소송에서 패소했지만 지난해 3월 NASA의 달 착륙선 사업자로 선정됐다.
두 CEO도 날선 설전 벌이며 경쟁관계를 굳이 숨기지 않고 있다.
머스크는 21일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베이조스가 ‘트럼프는 확실히 (대선에서) 패배할테니 테슬라와 스페이스X 주식을 모두 팔아야 한다’고 말하고 다녔다는 걸 오늘 마러라고에서 알게 됐다”는 글을 올렸다. 그러자 베이조스는 댓글로 “아니, 100%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고, 이후 머스크는 “글쎄, 그렇다면 정정하겠다”고 답글을 달았다.
베이조스는 트럼프 당선인의 지지자는 아니었다. 지난 2019년 아마존이 100억달러 규모의 클라우드 컴퓨팅 계약을 놓쳤는데, 당시 베이조스는 이것이 트럼프의 적대감 때문이라며 트럼프 행정부를 고소했다.
하지만 베이조스가 아마존과 블루 오리진 등 기업들을 대상으로 수익성 높은 정부 계약을 따내려 하면서 트럼프 당선인을 지지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꿨다. 블루 오리진 경영진은 미 워싱턴포스트(WP)가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후보의 지지 사설을 내지 않기로 결정한 10월 25일 트럼프 당선인을 만났다.
그러나 폴리티코는 트럼프 당선인이 과거 아마존을 비판했던 이력들을 들어 “베이조스가 트럼프 당선인과 화해하기엔 갈 길이 멀다”며 “머스크는 트럼프 당선인에게서 ‘수퍼 천재’라고 불렸고, 차기 행정부에 정부효율부의 공동 수장으로 낙점됐다”고 짚었다.
매체는 이어 “베이조스와 머스크의 경쟁은 트럼프 당선인에게 존경심을 보이지 않은 기업들이 차기 행정부와 마찰을 겪을 것을 미리 보여주는 축소판”이라며 “실제로도 트럼프 당선인은 1기 행정부에서 제너럴모터스(GM)를 고세율과 구조조정으로 압박한 적이 있었고, 2019년 당시 오토바이 생산시설을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로 옮긴 할리 데이비슨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목소리를 낸 바 있다”고 설명했다.
스페이스X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블루 오리진은 미 의회에서 스페이스X의 불공정 이점에 대한 경각심을 부각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 외에도 블루 오리진은 플로리다주 케네디 우주 센터에서 로켓 발사 회수를 늘려달라고 캘리포니아 주정부에 요구하고 있는 스페이스X에 대해 환경과 안정성 문제를 들며 방해하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