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의 반도체 생산라인 모습
국내 기업의 반도체 생산라인 모습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삼성 반도체 연간 매출이 지난해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칩 위탁생산) 1위인 TSMC를 힘겹게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인텔·TSMC 등을 누르며 삼성이 ‘반도체 왕좌’를 수성했지만, 올해 메모리 악화와 글로벌 시장 침체가 깊어지면서 반도체 시장 1위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31일 삼성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은 매출 98조4600억원, 영업이익 23조8200억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평균 원·달러 환율을 1250~1294원으로 가정하면, TSMC의 경우 지난해 758억8000만달러(환율 1294원 적용 시 약 98조2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가까스로 삼성이 TSMC를 매출 측면에서 이긴 것으로 보인다.

앞서 글로벌 IT(정보기술) 리서치 기관 가트너 등에 따르면 삼성이 2022년 655억85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해, TSMC에 뒤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실제로 TSMC는 지난해 3분기 매출 202억2500만달러(약 27조2000억원), 4분기 199억3100만달러(약 27조600억원)를 내며 삼성전자를 사상 처음으로 앞질렀다. 같은 기간 삼성 반도체는 각각 23조200억원, 20조700억원의 매출을 냈다.

메모리 시장은 악화된 반면 시스템 반도체 시장이 커지면서, TSMC의 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 매출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공지능(AI), 5G 등의 확산으로 고성능 칩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관련 7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초미세공정에 주문이 파운드리 업계에 쏟아졌다. TSMC는 애플, 엔비디아, 퀄컴 등 글로벌 최대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기업들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고급 칩 시장뿐 아니라,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자동차용 반도체를 중심으로 10나노 이상의 ‘레거시(전통) 칩’ 공급 부족이 심화되면서 TSMC의 공정이 수혜를 봤다.

올해 삼성전자와 TSMC의 경쟁은 안갯속이다. 삼성전자의 주력인 D램·낸드 플래시 등 메모리 가격 하락이 하반기에나 반등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TSMC도 전망이 낙관적이진 않다. 올 1분기에 전분기보다 매출이 감소할 가능성이 대두된다. TSMC도 올해 1분기 매출을 지난해 3·4분기보다 감소한 167억~175억달러(약 20조8000억~21조8000억원)로 예상했다. 외신 등은 “올해 1분기는 글로벌 수요 둔화 속 TSMC가 4년 만에 처음으로 매출 감소를 기록하는 분기가 될 수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삼성과 TSMC는 글로벌 시장 설비투자를 지속하며 올해도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달러(약 21조원)를 투자해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 중이다. 2024년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삼성은 ‘쉘 퍼스트(Shell First)’ 전략을 앞세워 주요 고객사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파운드리 업체들은 고객사의 주문을 확보한 이후 설비투자에 나서는 것이 보편적인데, 삼성전자는 반도체 생산이 가능한 클린룸을 먼저 짓고 수요에 따라 설비를 구축하기로 했다. ‘원 이어 원 뉴 팹(One Year One New Fab·1년에 팹 1곳 신설)’ 계획도 실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TSMC는 일본 구마모토현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 중이다. 이 반도체 공장은 지난해 4월 착공해 2024년 말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에 두번째 공장 건설 역시 검토 중이다. 지난달 6일 TSMC는 미국 애리조나 공장의 장비 반입식도 진행했다. 이 공장은 TSMC의 최첨단 제품을 생산하는 첫 해외 거점이 될 전망으로, 회사는 투자액을 총 400억달러(약 50조원)로 늘릴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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