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실적 시장 전망치 상회…시간외거래 5% ↑
美中 일부 모델 가격 20% 인하 ‘오히려 좋아’
애널리스트 “테슬라 사라”…목표가 194달러
[헤럴드경제=권제인 기자]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작년 4분기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실적을 올리면서 주가는 한 달여 만에 160달러 선을 회복했다. 물가 상승에 따른 전기차 수요 둔화 우려가 이어지고 있지만, 최근 전기차 판매 가격을 낮추면서 수요 증가가 다시 나타날 수 있단 기대도 나온다.
27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테슬라는 26일(현지시간) 전 거래일보다 15.84포인트(10.97%) 오른 160.27달러로 장을 마쳤다. 주가가 160달러 선을 회복한 것은 지난해 12월 13일 이후 한 달여 만이다. 주가 상승으로 시가총액은 5000억달러를 회복했다.
전날 발표한 4분기 실적이 시장 전망치를 상회하면서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지난해 4분기 매출은 243억2000만달러(30조716억원), 주당 순이익은 1.19달러(1471원)이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6% 늘어나, 금융정보업체 레피니티브가 집계한 월가 전망치 241억6000만달러보다 약간 많았다. 주당 순이익도 예상치 1.13달러를 상회했다.
이에 따라 시간외거래에서 테슬라 주가는 약 5% 급등했다.
전기차 수요 둔화 우려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오너리스크'와 함께 지난해 테슬라 주가를 끌어내렸다. 높은 물가에 경기 침체가 현실화할 경우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전기차 판매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자동차 제조사들이 해당 사업에 뛰어들면서 경쟁이 본격화한 것도 위험 요소다.
그러나 머스크 CEO는 실적 발표 후 가진 컨퍼런스콜에서 시장의 우려를 일축했다. 그는 “수요가 많으며, 1월 현재까지 받은 주문은 생산량의 두 배로 테슬라 역사상 가장 많다”며 “아마도 자동차 시장 전체의 위축에도 불구하고 수요는 좋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도 테슬라가 이달 미국과 중국에서 일부 모델 가격을 최대 20% 인하한 것을 두고 수요를 끌어올릴 것이란 기대감이 퍼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금융정보업체 팩트셋 자료를 인용해 테슬라를 커버하는 애널리스트 중 투자등급 ‘매수’ 혹은 ‘비중확대’를 제시한 비중이 64%로 2014년 말 이후 최대치라고 보도했다. 이들이 제시한 테슬라 목표가의 중위가격은 194달러로, 주가 급등에도 여전히 상승 여력은 남아 있다.
웨드부시증권의 댄 아이브스와 존 캣싱그리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테슬라가 “지나치게 과매도됐다”며 최근 테슬라의 전기차 할인이 중국 등 핵심 시장에서 수요 증가를 견인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두 애널리스트가 중국의 전기차 매수자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0%가 낮아진 가격을 이유로 테슬라 모델Y를 구입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밝혔다.
테슬라 주가가 상승하면서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서학개미’도 오랜만에 활짝 웃을 수 있게 됐다. 국내 투자자는 지난해 테슬라를 26억9500달러 순매수하며 해외 기업 주식 중 가장 많이 순매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