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결정된 기준금리 인상에도
금융당국 대출금리 인하 압박에
은행권 대출금리 인하 계속돼
“당분간 금리 인상은 힘들 것”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기준금리 인상과는 별개로 은행권의 대출금리 인하 행렬이 계속되고 있다. 나날이 치솟는 대출금리에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자,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대출금리 인하 압박을 가한 영향이다. 특히 주요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중 3곳이 이달 들어 대출금리 인하 방침을 밝히며, 전 은행권으로 인하세가 확산될 수 있을지 관심이 주목된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KB국민은행은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최대 1.3%포인트(p)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오는 26일부터 KB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신규코픽스 기준 최대 1.05%p, 신잔액코픽스 기준 최대 0.75%p 인하할 예정이다.
아울러 KB전세금안심대출(신규코픽스)의 경우 최대 1.30%p 낮추며, KB플러스전세자금대출(신잔액 코픽스)의 경우 0.9%p 하향 조정한다.
국민은행은 이미 지난 12월말 주담대 및 전세자금대출의 금리를 각각 최대 0.5%p, 0.75%p 인하한 바 있다. 최근 한 달 새, 총 두 차례의 대출금리 인하를 결정한 셈이다.
NH농협은행 또한 이날부터 주담대 변동금리를 0.8%p 인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농협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 상단은 6%대 초반으로 떨어졌다. 농협은행 또한 주담대 고정금리와 전세자금대출에 대한 금리 인하를 작년 10월과 올해 1월에 각각 시행한 바 있다.
아울러 12조60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책을 발표하며, 우대금리 확대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농협은행은 농업인에게 지원되는 우대금리를 0.3%에서 0.5%로 확대했으며, 청년전월세 상생지원 우대금리를 당초 0.3%p에서 0.5%p로 높였다.
이달 초 8%가 넘는 주담대 변동금리로 질타를 받았던 우리은행 또한 연달아 대출금리를 인하했다. 앞서 우리은행은 지난 13일부터 부수거래에 대한 우대금리를 확대하고, 가산금리를 하향 조정하는 방식으로 금리 인하를 추진했다.
이날부터는 신규취급액 코픽스(6·12개월)를 기준으로 하는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각각 0.4%p 인하했다. 이로써 8%를 넘었던 우리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 상단은 약 3주 만에 6%대로 크게 내려왔다.
금리 인하 행렬은 인터넷전문은행에서도 이루어졌다. 케이뱅크는 지난 17일부터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대출 상품의 금리를 신용등급에 따라 최대 0.7%p 인하했다. 아파트담보대출의 고정금리도 최대 0.34%p 낮췄다. 현재 케이뱅크 아담대의 연 최저금리는 4.24%로 4% 초반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와 같은 은행권의 대출금리 인하 행렬은 금융당국의 압박이 주요하게 작용했다. 이달 초 떨어지는 예금금리와는 반대로 대출금리 인상이 계속되자 여론의 ‘이자장사’ 비판은 거세졌다. 이에 금융당국은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한 대출금리 모니터링을 강화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또한 지난 10일 임원회의를 통해 직접 은행권의 과도한 대출금리 인상 자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채 등 시장금리 안정화와 금융 지원에 동참해달라는 금융당국의 요구에 따라 금리 인하가 본격화한 것으로 보인다”며 “일단 주요 시중은행들을 중심으로 가시적인 금리 인하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은행들 또한 다소 어려움이 있더라도 당분간 금리 인상을 추진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