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까지 이자 137만원
매달 30~40만원만 내던 ‘유예할부’도 부담
예비 차주인들 “사지 말라는 이야기” 푸념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이제 현금 들고 차 사러 가야하는 시대가 왔나 봅니다”
“신차 할부 금리가 미쳤어요”(온라인 커뮤니티)
신차 할부 금리가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고 있다. 최고금리가 10%를 넘어서며 자동차금융 시장도 얼어붙고 있다.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며 이젠 ‘현금을 싸들고 가서 차를 사야겠다’는 예비 차주인들의 목소리가 나온다. 여신전문금융사들의 채권이 안정화됐지만, 시장금리 안정화로 이어지기까진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제네시스GV70 이자, 1년만에 600만원 ↑
24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제네시스 GV70을 36개월 할부(선수금 20%)로 구매할 시 최고 금리는 11.5%에 달한다. 이를 토대로 계산하면 총이자 합계는 771만원, 한 달 납입금액은 약 136만원에 달한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600만원 넘게 차이나는 금액이다. 같은 차종을 똑같은 조건으로 구매한다고 했을 때, 지난해 1월 금리는 2%대에 불과했다. 할부이자 금액도 총 137만원 선이었다.
지난해 말 6%대로 최고점을 찍은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가 4%대로 안정화됐지만 여전히 카드사와 캐피탈사 등 여신전문금융사(여전사)들의 할부금리는 요지부동인 상황이다. 은행과 달리 수신기능이 없는 카드사나 캐피탈사는 여전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신용등급 AA+ 3년물 여전채 평균금리는 4.513%다.
할부금리가 비싼 이유는 리스크 관리 비용 때문이다. 한전채와 은행채를 비롯해 우량 회사채의 경우에는 수요가 되살아나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채의 경우에는 그렇지 못하다. 여기에 PF(프로젝트파이낸싱) 등 부실채권으로 여신전문금융사(여전사)들이 선제적인 연체율 관리에 나서며 조달비용에 더 높은 가산금리가 붙는 것으로 풀이된다.
“금리 높아서 유예 할부도 엄두 못내요”
고금리에 비싼 외제차를 한 달에 30~40만원만 내며 사용할 수 있던 ‘원금 유예 할부 프로그램’도 부담스러운 선택지가 됐다. 원금 유예 할부 프로그램은 차값의 20~35% 가량만 선납한 뒤 이자만 내다가 3년 뒤 나머지 차값 원금을 일시 상환하는 구조의 프로그램이다. 할부기간에 이자만 내다 보니 대학생, 취업준비생 사이에서 5000만원이 넘는 고급 차량을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어 인기였다. 하지만 이젠 한달에 내야 하는 금액이 100만원을 훌쩍 넘은 것이다.
한 차주인은 “지금 차를 처분해도 새 차를 사려면 최소한 1억원은 있어야할 것 같아서 유예할부를 질러볼까 고민했다”며 “하지만 금리를 보고 마음을 접었다”고 말했다.
여전사 할부금리가 하락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한 여전사 관계자는 “시장이 가장 무서워하는 게 불확실성”이라며 “여전사 할부시장까지 안정화되기 위해선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