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고기·포도·콩…복 기원하는 국가별 식재료
[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 새해 복을 기원하는 신년 음식은 그 나라의 식문화·풍습·입맛을 모두 엿볼 수 있다.
돼지고기, 콩, 포도, 청어 등 국가별로 행운이나 복을 상징하는 식재료는 제각각이다. 예로부터 돼지는 많은 지역에서 복을 상징하는 음식으로 여겨지며 다양한 형태로 사용돼 왔다. 오스트리아나 독일에서는 ‘귀여운’ 모양의 빵과 쿠키로 등장한다. 새해가 되면 행운을 준다는 뜻으로 돼지 모양을 한 마지팬 피그(Marzipan pig)를 주고받는다. 마지팬 피그는 아몬드, 설탕, 계란 흰자 등을 섞어 만든 마지팬으로 돼지 모양의 쿠키나 빵을 빚은 것을 말하며, 단맛이 강하다.
미국이나 유럽 지역에서 새해 음식에 자주 활용되는 식재료는 콩이다. 콩의 동그란 모양을 동전과 연관시켜 부를 기원하기 때문이다. 미국 남부에서 새해 음식으로 먹는 호핑존(Hoppin’ John)은 동전을 상징하는 검은눈 완두콩(black-eyed pea)과 함께 채소·베이컨을 쌀밥과 함께 볶은 요리다. 남북전쟁 당시 폐허가 된 남부 지방에서 먹기 시작하면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전을 상징하는 이탈리아의 콩으로는 렌틸콩이 있다. 코테치노 콘 렌티치(Cotechino con lenticchie)는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신년 음식으로, 소시지에 렌틸콩을 곁들여 먹는다.
북유럽에서는 은빛을 띤 청어가 번영과 풍요로움을 상징한다. 훈제하거나 절인 청어를 양파, 크림소스 등과 함께 요리해 먹는다.
스페인에서는 포도가 새해 행운을 기원한다. 매년 1월 1일 0시, 12번의 시계탑 종이 울릴 때마다 스페인 사람들은 포도 한 알씩을 먹는다. 12알은 새해 열 두 달을 의미하며, 이러한 풍습은 멕시코 등의 스페인어권 국가에도 전해졌다.
케이크를 새해 자정 음식으로 먹는 국가도 많다. 그리스에서 먹는 바실로피타(Vasilopita) 케이크, 프랑스의 갈레뜨 데 루아(Galette des Rois), 불가리아의 바니차(banitsa) 케이크 등이 있다.
그중에서도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북유럽식 탑 케이크인 크란세케이(kransekage)다. 덴마크와 노르웨이에서는 새해 전날 이 화려한 케이크를 먹으며 신년을 맞이한다. 마지팬 빵을 링으로 겹겹이 쌓아올린 케이크로, 국기 등으로 모양을 장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