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2차전지社, 향후 수익성 위주 투자 진행”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SK온이 미국 완성차 업체 포드와 튀르키예에 신규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했던 일이 무산된 것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030년까지 수주 잔고가 꽉 찬 상황에 향후 수익성 위주로 투자를 진행할 수 있는 여력이 마련됐다는 이유에서다. 이로 인해 SK온의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의 주가에도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KB증권은 튀르키예 신규 배터리 공장에 투자를 하지 않기로 한 SK온의 결정이 ‘자금 부족’에 따른 것이 아니라 고금리로 자금조달 비용이 증가 추세에 놓인 상황 속에 전기차 판매 둔화가 뚜렷한 만큼 ‘투자 재분배’에 나선 것이란 평가를 내놓았다.
전우제 KB증권 연구원은 SK온의 튀르키예 투자 무산을 비롯해 LG에너지솔루션이 1조7000억원 규모의 미국 애리조나 투자를 재검토하기로 함으로써 고금리발(發) 자금시장 위축의 여파가 2차전지 업계 전반에 미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했다.
다만, 전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이 혼다와 미국에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하고 도요타와 공급 계약을 맺으며 외형성장을 지속하고 고객사를 확대 중이다. SK온도 현대차와 미국에 JV 설립을 진행 중”이라며 “오히려 2차전지 업체들에게 유리해지고 있는 상황으로 현시점을 해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SK온이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의 증자로 2조8000억원 가량을 수혈받았음을 감안했을 때 튀르키예에 투자할 1조2000억~1조6000억원 수준의 자금 정도는 충분히 마련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수익성이 우수하지 않다 판단한 만큼 투자를 철회했다는 것이 전 연구원의 생각이다.
전 연구원은 최근 2차전지 업계의 수주 둔화 현상이 2030년까지 수주잔고가 꽉 찬 탓이라면서, 최대한 증설이 결정된 상황 속에서 향후 투자는 수익성 위주로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SK온과 LG에너지솔루션 등 국내 2차전지 업체들의 시장 내 수주 계약 조건 역시 갈 수록 더 유리한 국면을 맞이할 것이라고도 전 연구원은 예상했다. 그는 “2차전지 시장이 판매자 중심(셀러스·seller's) 마켓으로 전환 중”이라며 “국내 2차전지 업체들이 미국 투자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신규 유럽 수주는 고수익성의 국내 2차전지 업체들이나 유럽·중국 업체들이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2차전지업체들은 유리한 수주 계약 조건을 활용해 3~6가지 금속 원재료비와 전력비·인건비 등을 판가 계약에 연동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원가 전가 후엔 마진 확대도 가능해져 장기적으론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