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6.47% ↓

누적 변동률 –20% 이상…역대 최대

전국 아파트값 하락폭도 역대 가장 커

거래절벽 속 급매물만 거래…최악의 침체

전문가 “당분간 하락세 이어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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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63스퀘어 전망대에서 바라본 아파트. [연합]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지난해 11월 수도권은 물론 전국 아파트 실거래 가격이 2006년 2월 조사 이래 가장 많이 내려간 것으로 나타났다. 12월 실거래가 변동률 잠정치를 반영하면 2022년 한 해 수도권 아파트 실거래 가격은 20% 이상 폭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큰 폭락장이 현실화한 것이다.

17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전달 대비 6.47%나 폭락하면서 10월(-4.55%)보다 낙폭이 크게 확대됐다. 이는 부동산원이 이 조사를 시작한 2006년 2월 이후 월간 기준 가장 크게 내려간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주택시장에 매수심리가 극도로 위축됐던 2008년 11월(-6.27%)이나 12월(-6.15%)에도 이보다 많이 떨어지진 않았다.

이로써 지난해 1~11월 서울 아파트 실거래 가격은 누적치로 18.86% 빠졌다. 12월 잠정치(-2.95%)를 반영하면 2022년 연간 서울 아파트 실거래 가격 변동률은 –20%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연간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변동률(–10.21%)의 두 배 이상인, 역대급 기록이다.

이 지수는 한국부동산원이 지방자치단체에 신고된 모든 아파트 실거래를 ‘계약일’ 기준으로 집계해 작성한다. 계약 이후 30일 이내 신고해야 하므로 12월 실거래 변동률은 아직 신고하지 않은 건이 있어 잠정치로 발표한다.

수도권 다른 지역 아파트 실거래 가격 하락폭도 가파르다. 지난해 11월 경기도와 인천시 아파트 실거래 가격은 -4.62%, -3.09% 각각 하락했다. 1~11월 경기와 인천 누적 하락률은 이에 따라 –19.39%, -20.54%를 각각 기록했다. 이미 –20%에 육박했거나 –20%를 넘어서는 하락폭이다.

두 지역 모두 12월 아파트 실거래가 변동률 잠정치가 –2% 이상인 점을 고려하면 지난해 수도권의 모든 지역이 20% 이상의 대폭락을 기록한 셈이다.

수도권 지역 아파트 실거래가 하락 효과로 지방을 포함한 전국 아파트 실거래가도 크게 떨어졌다. 11월 전국 아파트 실거래가는 평균 4.14% 하락해 조사 이래 낙폭이 가장 컸다. 1~11월 누적 하락률은 –14.34%로, 역시 연간 기준 역대 최대 하락 기록을 갈아치웠다.

실거래가가 이렇게 폭락하고 있는 건 지난해 주택거래량이 역대 가장 적었던 게 원인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매수심리가 극도로 위축돼 수요자들이 움직이지 않으면서 급매물만 거래되고 있기 때문에 시장에 나온 전체 매물 가격(호가)을 반영한 시세 변동률보다 실거래가 변동률이 더 가파른 것으로 나오는 것이다.

실제 서울시 아파트거래량의 경우 지난해 1~11월 누적치로 1만1063건에 불과하다. 12월까지 반영한 2022년 한 해 서울 아파트거래량은 1만2000건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부동산원이 거래량 조사를 시작한 2006년 이후 서울 아파트 연간 거래량이 4만건 밑으로 떨어진 적은 단 한해도 없었다. 심지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에도 5만건(5만7303건)이 넘었다.

전문가들은 극도로 위축된 매수심리의 영향으로 실거래가 하락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크지만 낙폭은 완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초 발표한 전방위적 규제 완화 효과로 거래량이 늘어나면서 급매물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재국 책사컨설팅 부동산연구소장은 “주택거래량이 늘어나면 급매물 중심의 실거래가 하락세는 진정될 것”이라며 “정부가 주택거래 침체의 심각성에 대해 인식하고 다양한 거래활성화대책을 강구하고 있는 만큼 지난해 같은 폭락 분위기는 이어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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