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 “월 3000만원, 연봉은 3억6000만원. 주 5일·하루 8시간 근무.”
그런데 지원자가 없다. 연봉 3억6000만원이라면, 빌어서라도 뽑아달라 할 법한데, 작년부터 최근까지 이 채용공고에 응한 이는 ‘0’명이었다. 이게 무슨 일일까.
일반 직장인이라면 갸웃거릴 일이지만, 일단 직종이 의사다. 근무지는 경남 산청군. 그래서일까. 작년부터 수차례 채용 공고를 냈지만 무산되고 있다. 지방을 기피하는 의료계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사례다.
산청의료원은 지난 2일 재차 내과 전문의 채용공고를 냈다. 계약일로부터 2년 근무에 향후 1년 단위 연장 계약하는 공고다. 세액 포함 월 3000만원·연봉 3억6000만원이고, 주 5일 근무에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하루 8시간 근무가 조건이다. 작년 말부터 채용이 이뤄지지 않아 내과 전문의가 10개월째 빈 상태다.
지방의 의료인력 부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2017~2022년 수련병원별 전공의 정원 및 충원 현황’에 따르면, 충남대병원 소아청소년과는 5년 전만 해도 7일을 기다리면 진료를 할 수 있었지만, 작년 말엔 22일로 늘었다. 경북대병원도 같은 기간 10일에서 16일로 늘었다. 전북대병원 산부인과도 5년 전보다 10일 더 걸렸다.
지방 의료 인력이 크게 부족하니, 이젠 수도권 병원마저 문제다. 분당서울대병원 산부인과는 평균 진료 대기일수가 33일에 이른다. 5년 전보다 17일이나 급증했다.
의원실 측은 “지방병원에서 산부인과 전공의가 부족하니 수도권으로 ‘쏠림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지방에선 의사가 부족해 오래 걸리고 수도권에선 환자가 너무 많아 오래 걸리는 식이다.
지방 근무 인력 부족도 문제지만 분야별 편차도 심각한 수준이다. 작년 전국 65개 소아청소년과 수련기관병원 중 42개 병원이 전공의 충원 ‘0명’을 기록했다. 10곳 중 7곳은 단 한 명도 뽑지 못한 것.
나머지 병원들 역시 1~2명 충원한 데에 그쳤고, 제대로 충원한 병원은 단 8곳뿐이었다.
외과, 산부인과 등도 모두 유사하다. 반면, 성형외과나 정신의학과 등은 모두 충원 100%를 달성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정부가 의대정원 확대를 추진하려 하지만,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다. 이미 2020년에도 의사단체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무산된 사안이다. 당시 의대생의 집단 시험거부로까지 이어졌다.
최근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 추진과 관련, 대한의사협회는 입장문을 통해 “코로나19 안정화 선언이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의대 정원 문제가 언론을 통해 이슈화 되는 부분에 대해 매우 우려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