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강남권 대단지 입주

전셋값 크게 영향 받아

세입자 구하기 난항

강남 아파트 신발장에 가위가 매달린 이유…눈물 겨운 세입자 구하기 [부동산360]
[헤럴드DB]

[헤럴드경제=박자연 기자]강남권에 대단지 입주가 올해부터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집주인들의 눈물겨운 전세 수성기가 목격되고 있다. 집 전체를 수리해주는 것은 물론이고 일부는 전세이자를 내주면서 세입자를 붙잡는 중이다. 강남 집주인들 사이에서는 가위를 거꾸로 걸어두는 일종의 ‘미신’도 입소문을 타는 상황이다.

강남 아파트 신발장에 가위가 매달린 이유…눈물 겨운 세입자 구하기 [부동산360]
최근 서울 아파트 매매 시장에 이어 급전세가 늘어나고 있다.[연합]

강남 집주인들이 세입자를 구하는데 애를 먹는 이유에는 올해부터 강남에 기록적인 아파트 입주가 예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3월께 ‘개포자이프레지던스’(3375가구)의 대규모 입주 여파로 인근 전세 가격이 큰 폭으로 낮아진 채 거래되고 있다. 입주가 시작되면 전세가가 영향을 받는다. 잔금을 전셋값으로 치르려는 수요가 많아서다.

여기에 8월 서초구에 2990가구의 반포 원베일리가 입주를 앞두고 있으며, 내년 1월에는 강남구에 6702가구의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 입주가 예정돼있다. 신반포메이플자이 3307가구, 디에이치 클래스트 5335가구, 프레스티지 바이 래미안 2091가구 등도 2025년에 입주가 시작된다.

이런 상황에 강남 집주인들은 ‘귀한 세입자’를 위해 전세 이자를 대신 내주는 경우까지 나타나고 있다. 한 강남 집주인은 “2억이나 내렸는데도 세입자가 안 구해져서 기존 세입자 전세 이자를 대신 내주면서까지 단기 연장 요청을 했다”고 말했다.

전세 계약이 쉽사리 되지 않자, 가위를 거꾸로 걸어두는 ‘미신’까지 입소문을 타고 번지고 있다. 얼마 전 이사한 집이나 장사가 잘되는 점포의 가위를 가져와 현관이나 신발장에 거꾸로 걸어두면 집이 팔리거나 세입자가 들어온다는 소문에서 유래된 것이다. “가위를 신발장에 걸어두자 한달 뒤 계약했다”는 이야기에 “나도 가위를 걸어두고 며칠 뒤 계약했다”는 호응이 나타나자, “어디에 걸어뒀냐"는 질문이 이어졌다. 세입자 구하기에 난항을 겪는 모습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이제 세입자를 빨리 구하기 위해 '올(All)수리'와 도배 및 샷시는 필수 사항이 됐다. 한 수도권 집주인은 "샷시에 올수리가 아니면 세입자가 쳐다도 안보더라"면서 "세입자가 나가고 빈 집에 인테리어까지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강남 뿐만 아니라 서울 아파트 전셋값 낙폭이 커지면서 지난해 매매가와 전셋값 격차는 최대로 벌어졌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의 3.3㎡당 매매가격은 4235만원, 전셋값은 2076만원으로, 격차는 2159만원이었다. 이는 부동산R114 시세 조사를 시작한 2000년 이래 최대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