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금리 3.50% vs. 3.75% 전망 분분
물가 안정 불확실…美 금리·환율도 변수
전문가들 “연내 금리 인하 선회는 어려울 것”
[헤럴드경제=성연진·김현경 기자] 한국은행이 13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려 연 3.50%로 인상했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2008년 11월(4.00%) 이후 14년 2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사상 첫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상으로 한은 설립 이후 가장 강력한 긴축이 이어지고 있다.
통화정책의 가장 큰 목표가 ‘물가안정’임을 감안하면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 물가상승률은 여전히 5%대로 한은의 물가안정목표인 2%와 거리가 있다. 그러나 짙어진 경기 침체와 빠르게 늘고 있는 기업대출 등 통화정책을 긴축으로 이어나가는 데 대한 부담도 있어 방향성을 예단하기란 쉽지 않다.
물가, 기준금리 인상 몰아부쳐…한은 “가계 채무능력 떨어지지 않았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해 3.50%로 올릴 것이라는 전망은 이미 확실시됐다. 시장에선 물가 지표가 한은의 추가 금리 인상을 재촉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지난해 연간 소비자물가지수는 5.1% 오르며, 1998년 외환위기(7.5%)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이 오르면서 전기·가스·수도는 무려 12.6%가 상승해 통계 편제가 시작된 2010년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개인서비스 역시 1년 전보다 5.4%가 오르며, 1996년(7.6%) 이후 최고치를 보였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올 상반기까지 높은 물가상승률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며, 당분간 물가 안정 위주의 통화정책에 힘쓸 것이라 재차 강조했다.
무엇보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가 4.1% 오르고, 또다른 근원물가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도 3.6% 상승했다.
한은으로선 금리를 더 올려 물가 상승을 조일 수 밖에 없는 수치다. 통화정책 주요 변수로 고려되는 기대인플레이션율도 3.8%로 여전히 높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앞으로 1년간 물가상승 기대감을 담아, 실제 물가를 밀어올릴 수 있어 통화당국이 주시하는 지표다.
통계 집계 이래 사상 처음으로 줄어든 은행권 가계대출도 한은의 금리 인상 부담을 덜어주는 요소다. 한은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은행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 잔액은 1058조1000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2조6000억원 감소했다. 연간 기준 은행 가계대출이 감소한 것은 관련 통계 속보치 작성(2004년 1월) 이후 처음이다
실제 금통위를 나흘 앞둔 9일 이종렬 한은 부총재보는 한은 홈페이지 블로그에 ‘금융안정 상황을 균형 있게 바라보기’란 제목의 글을 올려, 가계부채 상환 능력에 대한 우려를 내려놓아도 좋다고 전했다.
이 부총재보는 “차주 단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2021년 이후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나 아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인 2016~2018년(62~63%) 수준을 하회하고 있다”며 “이러한 영향으로 차주의 부실 정도를 나타내는 주택담보대출 연체율도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때문에 BNP파리바 등 글로벌 투자은행은 한은이 한 차례 더 기준금리를 올려 3.75% 수준에서 이번 금리인상 사이클을 종료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연거푸 7차례 기준금리 인상에 나선 만큼, 속도는 늦춰질 것으로 본다. 실제 가계대출은 감소했으나 지난해 100조원 이상 늘어난 기업대출과 각종 대출 지원책에 가려진 연체율 등은 금리 인상 시 복병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인하 계획 없다”는 미 연준, 한은 금리 인상 압박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도 큰 변수다. 연준은 지난달 인플레이션 진정을 확신하기 전까지 금리 인하는 없을 것이라고 못박으며 올해 최종금리 수준을 5.00~5.25%로 높였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더 끌어올리고 한국은 금리 인상을 중단할 경우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확대돼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원화 가치 하락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당장 12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년 전보다 6.5% 오르며, 인플레이션 둔화 움직임을 보였으나 시장에선 에너지 가격 하락에 따른 착시일 수 있다고 경계하고 나섰다. 휘발유 가격이 내리면서 에너지지수는 전월 대비 4.5% 하락했다.
12월 CPI가 개선됨에 따라 미국은 다음달 0.50%포인트보다는 0.25%포인트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의 금리 인상이 2월로만 끝나는 게 아닐 수 있지 않나. 우리도 3.75%까지는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도 단기적으로는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향후 미국 인플레이션이나 통화정책에 따라 달러 강세 요인이 다시 발생할 수 있다.
높아지는 경기 침체 가능성...금리 인상 부담
반면 미국의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최근의 환율 하락과 경기 둔화를 감안하면 한은의 금리 인상이 이번으로 멈출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1.7%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잠재성장률 2.0%를 밑도는 수준이다.
박정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종 금리 수준이 미국은 5.00%, 우리는 3.50%에 근접해 갈 것 같다”면서 “환율은 안정됐고 인플레이션은 더 나빠지는 것 같지는 않다”고 진단했다.
박 교수는 “경상수지가 악화된 가운데 1분기 지표가 더 나빠지면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을 멈추고 금리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금리 인하 재개 시점은 불투명하다. 연준이 “연내 인하는 없다”고 밝힌 만큼, 한은도 높아진 금리를 다시 낮추는 것은 내년이 돼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하준경 교수는 “금리 인하로 선회하려면 물가가 어느 정도 통제되고 안정 궤도로 들어온다는 시그널이 확실히 있어야 할 것이다. 미국 금리가 계속 높은 수준으로 간다고 하면 금리차를 더 벌이는 것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올해 안해 금리 인하로 반전을 시키기에는 상황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