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고작 1만원 햄버거 시키는데 배달비가 6000원…배달앱 무서워서 못 쓰겠다”
#. 직장인 이모(37)씨는 최근 집에서 배달 대행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해 햄버거를 주문하려다가깜짝 놀랐다. 음료를 제외한 햄버거와 핫윙 1만1300원어치만 골랐을 뿐인데 배달비가 6000원이나 책정된 것이다. 이씨는 “비나 눈이 온 것도 아니고 도로 상황이 나쁘지도 않은데 배달료가 음식값의 절반을 넘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이럴 바엔 나가서 사먹자는 생각에 배달 앱을 삭제해버렸다”고 말했다.
배달앱 이용자수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고금리, 고물가에 가계 부담 커지며 소비 심리가 위축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배달비를 낮추자니 업주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다.
9일 모바일 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대표 배달 대행 앱 ‘배달의민족’의 월간활성사용자수(MAU)가 1993만5727명으로 2021년 같은 달(2074만2247명)과 비교해 880만명 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사용자수 감소는 비단 지난달만의 문제 아니다. 지난해 5월 이후 배민의 전년 동월 대비 월간활성사용자수는 뒷걸음질을 반복하고 있다. ▷6월 -20만9549명 ▷7월 -53만822명 ▷8월 -96만8496명 ▷9월 -119만2555명 ▷10월 -77만2398명 ▷11월 -46만1088명 등 전년 동월 대비 좀처럼 증가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11월 온라인쇼핑동향에서도 배달앱 등을 이용한 음식 거래액이 2조23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7월부터 11월까지 5개월 연속 내리막이다.
업계에서는 불황으로 배달 음식에 대한 소비 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가 생각하는 적정 배달비는 ‘2000원 이하’(57.3%). ‘2000원 초과~3000원 미만’이라는 응답도 34.8%로 집계됐다.
하지만 2000원 이하 배달비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3500원 수준의 배달료를 이보다 더 낮출 시 업주가 부담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배달앱 업계에서는 사용자 이탈을 막기 위해 포장 주문 서비스 강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배민은 지난 2020년부터 수수료를 받지 않고 포장주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 앱 내 ‘웹툰 연재 페이지’를 만들어 소비자를 유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