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민간 고용지표·주간 실업수당 청구건수 예상보다 훨씬 긍정적 수치
“저임금 업종 고용↑·빅테크 등 고임금 업종 고용↓…‘평균의 함정’ 탓 착시”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최근 발표된 미국의 지난해 12월 고용지표에서 고용자 수가 증가하고 임금 상승세가 둔화한 것이 ‘골디락스(이상적인 경제 상황)’이 도래했음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왔다. 임금 수준이 낮은 업종을 중심으로 고용이 늘어나면서 전체 임금의 평균값이 낮아져 상승률이 낮아 보이는 ‘평균의 함정’이 발동했다는 것이다.
권희진 KB증권 연구원은 9일 리포트를 통해 “고용의 양적 호조에도 임금상승률이 둔화한 것은 고용 증가로 발생한 근로소득이 소비 기반을 지지하지만 임금 상승세 둔화로 물가는 점차 안정될 가능성을 시사한다”며 “다만, 물가를 잡기 위해선 수요 위축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전제를 거슬러 상충되는 두 목표를 모두 잡아가고 있다고 결론 짓기 위해 한 달 사이 방향 자체가 바뀐 지표에 의존하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앞서 미 노동통계국(BLS) 고용지표에 앞서 먼저 발표된 ADP 민간 고용지표와 주간 실업수당 청구건수에선 예상보다도 훨씬 더 긍정적인 수치가 나왔다. 12월 비농업 고용자 수는 전월대비 22만3000명 증가해 시장 예상치(20만명)를 웃돌았고, 가계가 응답한 취업자 수가 전월 대비 무려 71만7000명 늘어나며 엇박자를 해소했다. 실업률도 3.5%로 재차 하락했다.
권 연구원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평균의 함정’으로 임금상승률이 착시를 일으켰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그는 “지난달 발표됐던 고용보고서에서 대표적인 저임금 업종인 소매유통이나 운소창고 업종의 11월 고용 감소폭이 다소 줄어든 것으로 상향 수정됐다”며 “반면 전문서비스, 금융 같은 고임금 업종 고용은 더 위축된 것으로 수정됐다”고 설명했다. 11월 고용이 고임금 일자리는 줄고 저임금 일자리가 늘어난 것으로 고쳐짐에 따라, 서비스 부문 임금상승률이 전월비(比) 0.6%에서 0.4%로 낮아졌다는 것이다.
권 연구원은 “임금 수준이 전체 평균을 하회하는 교육·건강관리와 레저·접객 부문에서 가장 크게 늘었다”며 “반대로 정보 및 전문서비스, 유틸리티, 광업 등 고임금 업종의 고용은 부진했다. 이에 12월 서비스 임금상승률은 0.3%로 낮아지면서 전체 임금상승률을 끌어내렸다”고 덧붙였다.
권 연구원은 12월 고용 보고서가 골디락스로 가는 길을 시사하기보단 노동시장 내 업종별, 임금 수준별 차별화가 고용과 해소를 가르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그는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3일(현지시간) ‘Richcession(부자를 뜻하는 ‘rich’와 침체를 뜻하는 ‘recession’을 합친 것)’이란 신조어를 선점했다”며 “저임금 일자리의 고용이 견조하고 조정의 대부분은 고임금 쪽에서 발생해 10월 무려부터 본격화된 빅테크, 금융 기업 등의 감원 뉴스가 이제 지표에서 가시화되고 있다. 일반적인 경기 하강 국면에 비해 고소득층이 먼저 타격받기 시작하는 점은 이번 경기사이클의 특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