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IT업계의 근무형태가 대거 사무실 출근으로 바뀌는 와중에도 네이버는 직원 절반 이상이 원격 근무를 이어간다.
카카오는 오는 3월부터 전면 사무실 출근으로 근무 방식을 바꾼 상태다. 이에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선 “출퇴근시간 허비가 더 비효율적”, “이제 익숙해졌는데 사무실로 출근하라니, 출근하지 않는 회사로 옮기고 싶다” 등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올해 상반기 근무 방식 선택 결과를 지난달 27일 사내에 공유했다. 해당 조사에는 네이버, 네이버파이낸셜, 네이브웹툰, 스노우 등 8개 법인의 직원 7313명(응답률 97%) 중 56%는 전면 원격 근무를, 44%는 사무실 출근을 택했다.
나머지 44%도 일반적인 주5일 형태의 근무는 아니다. ‘주 3일 이상 사무실로 출근’하는 형태다.
네이버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혼합형 근무 방식인 ‘커넥티드 워크’를 도입했다. 네이버 직원들은 주 5일 내내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는 ‘타입R(Remote-based Work)’과 ‘주 3일 이상 사무실로 출근하는 타입 O(Office-based Work)’ 중 한가지를 6개월마다 선택할 수 있다.
원격 근무를 택한 직원은 작년 하반기 대비 소폭 늘어났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55%, 올해 상반기는 56%다. 지난해 하반기와 다른 근무 방식을 고른 네이버 직원은 11%에 불과했다. 89%는 기존에 일하던 방식을 유지한다.
원격 근무를 택할 경우 고려하는 요인으로는 ‘출퇴근 시간 절약’이 83%로 가장 많았고, 이어 ‘업무 몰입’(69%), ‘직무 특성 및 업무 역할’(38%) 등이 뒤이었다. 지난해 하반기 사무실 출근을 하다 올해 상반기에는 원격 근무를 하겠다고 돌아선 직원들이 가장 많이 지목한 요인도 ‘출퇴근 시간 절약’(59%)였다.
반면 사무실로 출근하는 직원들이 중요시 한 요인들은 ‘대면 기회’(60%), ‘업무 몰입’(55%), ‘오피스 시설’(40%) 등이었다. 원격 근무에서 사무실 출근으로 전환한 직원 중 54%는 ‘대면 기회’를 이유로 꼽았다.
원격 근무가 개인과 팀의 업무 성과를 높인다는 의견도 많았다. ‘개인의 업무 성과가 높아졌다’는 응답은 45%으로 ‘비슷한 수준’(34%), ‘낮아졌다’(1%)는 응답을 크게 웃돌았다.
반면 소속 팀의 업무 성과는 ‘비슷한 수준’이라는 응답이 50%로, ‘높아졌다’(23%)는 응답의 두 배 이상이었다. 팀 단위의 업무 생산성이 낮아진 데에는 ‘예정 외 속도감 있는 논의 감소’, ‘화상회의 세팅 위한 불필요한 시간 소요’, ‘업무 피드백 및 방향성 공유 감소’ 등이 거론됐다.
네이버의 행보는 대다수 IT업계와는 상반된 흐름이다. 카카오는 오는 3월부터 전면 사무실 출근으로 전환한다. 지정된 사업장과 고정된 좌석에서 근무가 골자다. 또한 지난 6개월 간 시행해온 ‘주4일제’도 격주에서 월1회로 축소된다. 게임업계에서도 네슨과 엔씨소프트가 올해 전면 출근제를 공식화했다.
일단 올해 상반기까진 원격 근무가 유지될 전망이다. 최수연 네이버 CEO는 지난 연말 사내메일을 통해 “구성원들과 네이버를 신뢰하고 자율에 맡기는 선택을 했으며 그 결과는 성공적으로 보여주는 과정에 있다”면서도 “보완사항 및 고려점이 많지만 남은 베타(시범) 기간 동안 신중히 점검해 나가겠다”고 했다.
데이터센터 화재 대응이 희비를 갈랐다는 해석도 나온다. 카카오의 경우 지난해 10월 SK C&C 데이터센터 화재에서 격주 주4일제로 대응이 늦어진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최수연 CEO는 사내 메일에서 “판교 데이터화재 사고 대응에서 팀 네이버의 저력 보여줬다”며 “급작스러운 재해 상황에서도 담당자들이 집중력과 협업 능력을 잃지 않은 덕”이라고 자평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