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영기 기자] #. 과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속 한 장면. 전지현이 친구가 운영하는 만화방에서 자장면을 시켜먹는 모습이 등장한다. 빽빽하게 쌓인 만화책을 배경으로 한 전지현의 자장면 ‘먹방’은 보는 사람까지 군침이 돌게 한다. 자장면 배달을 기다리면서 만화책을 즐기는 풍경은,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이 기억하는 ‘환상의 궁합’으로 꼽힌다.
과거 만화방처럼, 자장면 배달을 기다리면서 만화를 보는 모습이 이제 ‘방구석’에서도 일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배달의 민족(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자사의 웹툰 플랫폼 ‘만화경’을 배달의민족 애플리케이션(앱)에 넣는다고 26일 밝혔다. 배민 앱에서 ‘만화경’ 탭을 신설해 음식을 기다리면서 만화경의 모든 웹툰을 무료로 감상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음식배달+만화’의 조합을 통해 국내 웹툰 플랫폼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해가겠다는 취지다.
만화경은 우아한형제들이 2019년 8월 출시한 웹툰 플랫폼 서비스다. 인기 연재 작가로는 SNS에서 인기를 모은 키크니 작가가 대표적이다. 앱을 내려받은 횟수는 올 초 100만회에서 현재 200만회로 2배까지 뛰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같은 기간 회원 수도 20만명에서 최근 42만명까지 넘어섰다.
이번 새 서비스 도입으로 이용자들은 배민 앱 내에서 만화경 서비스를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배민 앱의 ‘My 배민’ 탭을 통하면 로그인과 별도 이용 절차 없이 만화경 서비스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우아한형제들이 웹툰 시장에 참전하는 이유는 국내 웹툰 시장의 강세 때문이다. 배달과 만화라는 차별화된 접근으로 웹툰 플랫폼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실제 웹툰은 플랫폼 회사들이 주목하는 대표적인 새 먹거리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2년 웹툰 사업체 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작년 국내 웹툰 산업 매출액은 1조5660억원으로, 전년 대비 48.6% 증가했다. 2017년 웹툰 산업 실태조사를 시작한 이래로 4.1배가 증가한 수치다. 올해도 웹툰 시장의 몸집은 무섭게 커지고 있다. 2022년은 상반기 매출액은 1조470억원을 기록하며, 상반기 매출로만 작년 매출의 3분의 2를 넘었다.
이번 새로운 시도를 통해 후발주자인 배민의 도전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카카오, 네이버 등 선발주자들에 비해 만화경의 시장 영향력은 아직까지 미미한 수준이다.
모바일 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11월 기준 국내 도서/참고자료 앱 중 만화경의 점유율은 1%에 불과하다. 국내 1위 네이버웹툰의 점유율은 43%, 카카오페이지는 24%이다. 두 공룡 플랫폼이 3분의 2 이상 점유하고 있는 만큼, 쉽지 않은 도전이기도 하다.
이번 새 실험을 통해, 만화경은 450만명에 달하는 배민 이용객들에게 노출 기회를 확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배달 플랫폼 1위인 고객 기반을 만화경에도 활용할 수 있는 생태계가 마련된 셈이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이번 서비스 도입에 대해 ‘슈퍼(SUPER)앱’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배민에 퀵커머스, 전국별미(지방 상품을 택배로 받는 서비스), 라이브 방송 등 다양한 서비스를 묶어서 슈퍼앱으로 만들고 있다”며 “이번에 만화경을 배민 내에 도입하며 소비자와 접점을 늘리는 방법을 통해 배민과 만화경의 공동 상승 효과가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