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황학동 ‘롯데캐슬’, 한 달 새 3억 빠져
6억대 직거래…전세 시세와 비슷한 수준
과천 ‘푸르지오써밋’, 나흘 만에 2억8천 ↓
증여세 부과 않는 ‘차액 3억원’ 노린 직거래
국토부, 지난달 직거래 고강도 기획조사 착수
[헤럴드경제=신혜원 기자] 금리 인상으로 커진 대출 이자 부담에 부동산 거래절벽 현상이 심화되고 있지만 친족 증여로 추정되는 직거래는 되레 늘어나는 추세다. 급매물보다도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사례가 전국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다주택자들이 집값 하락기를 틈타 우회적인 절세 방안을 찾는 모양새다.
18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중구 황학동에 위치한 ‘롯데캐슬베네치아아파트’ 전용면적 84.89㎡(22층) 매물은 지난 10일 6억3000만원에 직거래됐다.
직거래는 중개인을 끼지 않는 방식으로 통상 배우자, 자녀 등 특수관계인 간 거래가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같은 타입이 지난 10월말 9억4500만원에 중개거래됐는데 이보다 약 3억원가량 낮게 계약이 체결됐다.
현재 매매 호가가 최소 10억6000만원에서 최대 12억5000만원까지 형성돼 있는 것을 고려하면 절반 가까이 내려간 가격이다. 지난 10~11월 계약된 전셋값이 각각 6억4000만원, 6억7000만원, 5억5000만원 등이었는데 전세 시세와 비슷한 수준에 매매된 셈이다.
강동구 고덕동에 있는 ‘고덕그라시움’ 전용면적 73.87㎡(23층)는 지난달 초 9억원에 직거래됐다. 이 또한 같은 면적이 지난 10월 11억8500만원에 중개거래됐던 것과 비교하면 3억원 가까이 빠진 가격이다. 시세는 12억~13억선이다.
경기, 인천 등의 지역에서도 비슷한 양상의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경기 과천시 부림동 ‘센트럴파크푸르지오써밋’ 전용면적 84.99㎡ 매물은 지난달 21일 11억7000만원에 직거래됐다. 이보다 앞선 17일에는 같은 타입이 14억5000만원에 중개거래됐다. 나흘 만에 2억8000만원 내린 가격에 계약이 체결된 것이다.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에 위치한 ‘송도더샵센트럴시티’ 84.97㎡는 지난달 18일 4억8000만원에 직거래됐다. 시세는 7억1000만원~8억4000만원으로 형성돼 있고 직전 거래는 10월 6억4000만원이었다.
부동산시장 침체로 아파트값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직거래 사례들을 모두 ‘증여성 거래’라고 단정짓긴 어렵지만 전문가들은 이렇게 가격 내림폭이 상대적으로 큰 거래 양상은 친족간 증여 목적이 짙다고 분석한다. 거액의 세금을 피하기 위해 주택 처분이 필요한 다주택자 입장에선 ‘이 가격에 매도할 바엔 저렴하게 증여하겠다’는 심리도 작용했을 것이란 해석이다.
현행법상 시가와 거래대가의 차액이 시세의 30% 또는 3억원보다 낮으면 정상매매로 인정해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시장에 급매가보다 3억원가량 낮은 금액에 이뤄지는 직거래는 편법 증여 목적이 다분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전국 아파트 거래 중 직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9월 전국 아파트 거래 중 직거래는 17.8%(3306건)를 차지해 전년 같은 기간(8.4%) 대비 두 배 이상 확대됐다.
이에 국토부는 지난달부터 전국의 아파트 거래 중 특수관계인 간 이상 고·저가 직거래에 대한 고강도 기획조사에 착수했다. 조사대상은 작년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신고된 전국 아파트 거래다. 내년 10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단계별로 시행하겠단 계획이다.
국토부는 조사결과가 나오는 대로 이를 발표하고, 편법증여·명의신탁 등 위법의심행위에 대해선 국세청, 경찰청, 지방자치단체 등 관계기관에 통보해 엄중 조치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