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도 주거실태조사’ 발표
이사 이유…시설 상향·직주근접·주택마련 위해 順
‘자녀교육 및 환경 때문에’ 꾸준히 줄어
전체 가구 거주기간 7.5년
10명 중 9명 ‘내 집 보유해야’
[헤럴드경제=서영상 기자] 대한민국 국민 절반이 현재 거주하는 집으로 이사한 이유가 차별화된 시설과 설비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수준이 높아지며 집을 고를 때 학군 등 입지가치만큼이나 아파트 브랜드 등 상품가치를 중요하게 받아들이는 시대가 된 것이다.
21일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21년도 주거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국토부의 의뢰를 받아 국토연구원이 실시한 조사는 5만1000가구를 대상으로 했다. 조사기간이 지난해 8월부터 올해 1월까지인 탓에 최근 급격히 하락하는 주택시장 분위기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는 평가다. 주거실태조사는 국민 주거생활에 관한 전반적인 사항을 파악하고 주택정책 수립 등에 참고하기 위해 해마다 실시하는 표본조사다.
조사에 따르면 이사 경험이 있는 가구를 대상으로 현재 주택으로 이사한 이유는 ‘시설이나 설비 상향’(50.4%), ‘직주근접’(29.6%), ‘주택 마련을 위해’(28.4%) 순으로 나타났다.
‘시설이나 설비 상향’을 위해 이사한다는 응답은 최근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다. 2018년도 조사 때만 해도 41.1%에 그치던 것이 2019년 42.6%, 2020년 48.3%로 응답비율이 늘어났고 올해는 응답자 중 절반을 넘어선 것이다.
10여년 전부터 국내 대형 건설사들은 아파트를 지을 때 차별화된 브랜드를 앞세워 단지 고급화 전략을 펼쳤다. 이 같은 변화가 고객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평가다. 특히 주차장 지하화, 층간소음 방지 설계, 커뮤니티와 조경에 대한 투자 확대는 최근 대형 단지의 필수 시설이다. 또 스포츠와 문화, 각종 편의시설이 갖춰진 커뮤니티공간은 고급 아파트의 상징이 됐다.
현재 사는 집으로 이사한 다른 이유는 ‘계약 만기로 인해서’(16.3%), ‘집값 혹은 집세가 너무 비싸고 부담스러워’(9.2%) 등이 있었다. 통상 수도권에서는 높은 집값 탓에 비자발적인 이동이 광역시 등, 도지역에 비해 높게 나타난다. 그 외에도 ‘자녀교육 및 환경 때문에’(2.7%), ‘집주인이 나가라고 해서’(2.5%) 등이 있었다.
눈에 띄는 점은 ‘자녀교육 및 환경 때문에’라고 응답한 비율이 최근 수년간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2018년 4.6%이던 것이 2019년 3.8%, 2020년 3.0%로 줄었다.
전체 가구의 평균 거주기간은 7.5년으로 나타났다. 전년보다는 0.1년, 최근 10년 사이 가장 높았던 2012년(8.6년)보다는 1.1년 줄어든 것이다. 지역별로 수도권은 6년, 광역시들은 7.4년, 도지역은 9.7년이다. 자가가구(10.5년)가 임차가구(3년)에 비해 세 배 이상 한집에 오래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가가구비율을 높이는 것이 국민의 주거안정에 가장 큰 요소라는 해석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현재 주택 거주기간이 2년 이내인 가구는 전체 가구 중 37.2%로 나타났다. 자가가구는 19.6%, 임차가구(전세)는 61.4%다. 지역별로 보면 수도권은 41.0%로 광역시 등(37.5%), 도지역(31.0%)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거이동이 잦았다. 수도권의 높은 집값 탓에 자가비율이 낮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10명 중 9명이 ‘내 집을 보유해야 한다’(88.9%)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수년간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며 집을 보유하지 않았을 때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이 컸던 탓으로 풀이된다. 최근 급락하는 아파트시장에서 조사를 한다면 다소 낮아졌을 가능성도 크다. 주택 보유의식은 2018년 82.5%이던 것이 2019년(84.1%), 2020년(87.7%)로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청년가구가 81.4%(2020년 78.5%), 신혼부부가구가 90.7%(2020년 89.7%)로, 청년가구의 경우 주택 보유의식이 전년 대비 가장 큰 폭(2.9%포인트)으로 늘고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집값이 폭등하던 시기에 20·30대의 ‘영끌’ 주택 마련이 크게 늘었던 세태를 보여주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