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나오는 초·중·고교생 희망직업 설문조사 결과를 눈여겨보게 된다.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은 지난 6월 7일부터 7월 20일까지 전국 초·중·고교 학생 2만2702명, 학부모 1만1946명, 교원 2800명을 대상으로 ‘2022년 초·중등 진로교육 현황조사’를 온라인으로 실시하고 그 결과를 19일 발표했다.
희망직업 1위(초등학생은 운동선수, 중학생과 고등학생은 교사)가 관심을 많이 받았지만 주목해야 할 다른 답변이 있다. 바로 ‘희망직업이 없다’는 학생들이다. 그 비중이 만만치 않다. 초등학생 19.3%, 중학생 38.2%, 고등학생 27.2%에 달한다. 이들의 이유를 들어보면 더 안타깝다. 대부분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몰라서’(초등학생 37.8%, 중학생 52.5%, 고등학생 47.7%)를 꼽았다. 국·영·수 입시교육에 매몰된 학생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걸 진지하게 고민해볼 시간이 있었을까.
더 심각한 건 ‘희망직업이 없다’는 답변의 증가세다. 그 비중이 지난해와 비교해 초등학생은 20.9%에서 19.3%로 다소 줄었지만 중학생은 36.8%에서 38.2%로 늘었고, 고등학생은 23.7%에서 27.2%로 눈에 띄게 확대됐다. 조사를 진행한 한국직업능력연구원도 이 비중이 2019년부터 소폭 상승세라며 주시했다.
지금 교육개혁에 속도를 높이고 있는 교육관계자들은 이런 현장의 목소리를 놓치지 않길 바란다. 해마다 진행하는 설문이지만 많은 메시지를 담고 있다. ‘희망직업이 없다’는 절절한 목소리와 함께 현장에서 원하는 교육도 짚어준다. 인공지능(AI), 메타버스, 정보보안 등 온라인 기반 산업과 관련된 컴퓨터공학자·소프트웨어 개발자, 컴퓨터·모바일게임 개발자, 빅데이터·통계분석 전문가 등을 희망하는 중·고교생 비중이 꾸준히 늘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또 ‘나의 아이디어를 실현하고 주도적으로 일을 하고 싶어서’ 위험을 무릅쓰고 졸업 후 창업을 희망하는 고등학생 비율이 계속 확대되고 있는 것도 고무적인 항목이다. 반면 한때 ‘안정성’을 이유로 각광받던 ‘공무원’은 중학생 순위에서만 간신히 10위에 이름을 올렸을 뿐이다. 무엇보다 초·중·고교생 모두 직업 선택 이유 1위로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서’를 꼽은 게 눈에 띈다.
종합해보면 학생들은 시대 흐름도 알고, 기꺼이 위험을 감수할 생각도 있으며,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어하는데 ‘입시’라는 허허벌판에서 ‘좋아하는 일을 모른 채’ 헤매고 있는 셈이다.
교육의 새 판 짜기는 어른들의 몫이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정말 백년대계의 각오로 교육개혁에 임해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