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o 인사이드
항암제를 개발하는 한 바이오벤처는 올 상반기 직원들을 대거 내보냈다. 20여명이던 사원 수는 하반기를 거치며 5명 아래로 줄었다. 급여를 줄 돈도 추가 임상을 진행할 비용도 소진된 탓이다. 전임상에 임상 1상까진 마무리했지만 후속임상은 꿈도 못 꾸는 형편이다. 회사 대표가 백방으로 뛰고 있으나 후속투자는 아직 받지 못했다. 2020년, 2021년 이 회사는 세번에 걸쳐 130여억원의 투자금을 모았었다.
바이오벤처들이 깊은 겨울잠에 빠져들고 있다. 동면의 시간은 얼마가 될 지, 깨어나 활동을 재개할 수 있을 지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이 상황 확실한 건 불확실성 뿐이다.
한 때 반도체, 배터리에 이은 ‘K바이오’로 각광을 받았다. 상장사는 물론 장외기업에도 투자가 몰렸다. 거품도 상당했다. 될성부른 바이오벤처는 몸값도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K바이오에는 바이오치료제 등 바이오의약품은 물론 화학합성의약품, 식품·화장품소재, 진단·분석서비스나 의료기기까지 포함되고 있다. 바이오로 묶이면 여러모로 유리한 데가 있기 때문이다.
이제 개념정리를 할 차가운 시간이다. 뗄 것은 떼고 붙일 것은 붙여서 각각의 이름을 부여해야 한다. 정체성 말이다.
이는 향후 전개될 투자시장의 요구를 전향적으로 반영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묻지마 투자’와 같은 자원배분의 오류를 막고 필요한 곳에 적정 자본이 흘러들 수 있게 하는 물꼬 역할을 할 것이다. 또한 정책적 배려와 지원도 이에 맞춰질 수 있게 된다.
투자 혹한기인 지금이 옥석을 가릴 기회다. 바이오신약이나 시밀러 등 바이오의약품, 합성의약품, 진단, 바이오소재 분야는 현 자본시장의 어려움과는 무관하다. 불황을 타는 것 같지도 않다.
가장 힘든 곳은 신약을 개발하는 바이오벤처들. 자본 축적이 빈약한 상태에서 긴 시간이 소요되는 신약을 개발해 왔기 때문이다. 일부는 임상개발을 중단하고 헐값에 기술 매수자를 찾기도 한다. 신약후보가 될 파이프라인 구조조정도 하고 있다. 본업 외 영양제·화장품·의료기기 같은 수익사업 찾기에도 안간힘이다.
어려울수록 진가는 잘 발견된다. 기업의 역량이나 가치도 마찬가지다. 거품은 빠졌으며, 투자 리스크도 오히려 적어진다. 가려진 옥석에 투자해볼 때가 아닐까?
조문술 기자
freiheit@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