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에서 드문 고졸 법조인…국선 변호 경험이 진로 바꿔
사회적 의미가 있는 사건 통해 문제 공론화
최연소 사형수 김민찬 상병 사건 헌재 결정 나오면 재심 추진
[헤럴드경제=좌영길·유동현 기자] 박준영 변호사는 법조계에서 드물게 고졸이다. 전남 완도군 출신으로, 노화종합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목포대를 다니다 중퇴했다. 모친이 작고한 뒤 방황하는 시간을 보내다 아버지의 권유로 대학에 진학했지만 군복무를 마치고 사법시험을 준비했다.
94학번인 그가 사법시험에 합격한 것은 2002년이었고, 2005년 사법연수원을 수료했다. 박 변호사의 진로를 결정한 계기는 2007년 수원역 노숙소녀 살인사건이었다. 별 생각 없이 국선변호인으로 맡았던 사건에서 누명을 쓴 가출청소년들을 위해 백방으로 애쓰는 선생님들의 모습이 그의 마음을 붙들었다.
의도치 않게 ‘재심 사건 전문가’라는 수식어를 달게 됐지만 앞으로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에 대해 박 변호사는 “모르겠다”고 한다. 스스로를 “법조에 대한 철학이 없었다”고 표현한다. 사법시험을 본 것도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싶다는 막연한 욕심 때문이었다.
젊은 혈기 하나를 자산 삼아 뛰어다니던 그도 어느새 아이를 셋 둔 가장이 되었다. 현실적인 문제도 고민해야 한다. 재심 사건은 유명해지는 데에는 도움이 됐지만 돈이 되진 않았다. 그나마 당사자들이 준 돈도 장학재단을 만드는 종잣돈으로 쓰고 있다.
박 변호사는 강연을 좋아한다. 실제로 한 달에 20건 이상의 강연을 하고 전국을 누빈다. 현실적으로 그의 수입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기도 한다. 코로나 시국 때문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그 시기에 더 어려워진 아이들을 돕기 위해 장학사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박 변호사는 밀린 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당분간 강연이나 인터뷰를 중단할 예정이다. 의뢰를 받는 사건 중 수임하는 기준은 ‘사회적 의미가 있느냐’다. 아름답고 어려운 사람을 도왔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논쟁적 사안이라도 개의치 않는다.
최연소 사형수인 김민찬 상병 사건은 헌법재판소에서 사형제 위헌이 내려질 경우 박 변호사가 재심을 맡을 생각이다. 형사법에 대한 위헌 결정은 소급효가 인정된다. 비난이 큰 살인 사건이지만 박 변호사가 아니어도 누군가는 맡아야 하는 일이다. 2011년 당시 19세로 해병대 2사단에서 상병으로 복무하던 김민찬 씨가 동료들을 총으로 쏴 4명이 사망하고 1명이 중상을 입은 사건이다. 살인 혐의에 대해 변명의 여지가 없으나 실질적 사형 폐지 국가인 우리나라에서 생존 사형수 59중 4명이 군복무 중 살인을 저질렀다는 점은 사회적으로 되짚어볼 부분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군대에서 후임들이 선임을 따돌리는, 이른바 ‘기수 열외’나 영내 음주, 실탄관리 부실 등 잘못된 관행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김씨의 재심을 맡는다면 또다시 박 변호사가 논쟁을 유발할 수도 있다. 김학의 전 차관 사건이나 고(故) 장자연 사건에서도 그러했다. 김 전 차관이 나쁜 공직자였다고 해서 정파적 이익을 위한 도구로 사건을 활용해선 안 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한때 공익신고자로 대우받았던 윤지오 씨도 마찬가지다. “언론이나 법조인은 진실을 그래도 사실관계에 다가갈 수 있습니다. 의미 있는 정보를 듣고, 진실을 안다면 그것이 불편하더라도 여론을 거슬러야 할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그게 언론의 역할이기도 하고요. 반성하고, 과감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