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정기예금, 年 4%대로
당국 “대출금리 발작 우려, 수신경쟁 자제”
[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수신 금리 경쟁을 자제하라는 금융당국의 요청에 주요 시중은행들이 예금금리를 낮추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10월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한 번에 인상)에 이어 이달 베이비스텝(0.25%포인트 한 번에 인상)을 단행했지만, 오히려 수신금리는 내려간 것이다.
29일 은행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의 예금금리에서는 연 5%대 상품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우리은행 대표상품인 '우리 WON플러스 예금'은 전날 기준 1년 만기 연 4.98% 금리를 기록했다. 이상품은 정기예금 중 가장 먼저 1년 만에 연 5%대 진입한 상품이기도 했다. 은행채를 기반으로 한 시장금리를 토대로 정책금리를 반영해 매일 적용금리를 다르게 하는데, 은행채 금리가 내려가면서 관련 상품 금리도 떨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2개월 만기 은행채(AAA) 금리는 지난 25일 기준 연 4.860%로 지난 11일 연 5.013%보다 하락했다.
전날 기준 KB국민은행의 'KB STAR 정기예금'도 1년 만기 기준 금리가 연 4.7%까지 내려갔다. NH농협은행의 'NH올원e예금'의 1년 만기 상품의 금리는 전날 기준 연 5.1%를 기록했지만, 금리 구조가 일부 변경됐다. 불과 얼마전까지만해도 기본금리만으로 연 5.1%를 줬지만, 현재는 기본금리는 연 4.8%로 떨어진 대신 0.3%포인트의 특별우대 금리가 더해진 식으로 바뀌었다.
하나은행의 '하나의 정기예금'(연 5.0%)을 제외하고는 5대시중은행 중 연 5%대 금리를 제공하는 상품은 없다. 다만 지방은행의 상품에서는 연 5%대 상품을 찾아볼 수 있다. 제주은행의 J정기예금 금리가 지난 27일 기준 연 5.0%이며, BNK부산은행의 '더 특판 정기예금'(연 5.4%), SH수협은행의 'Sh플러스알파예금(2차)'(연 5.3%), 전북은행의 'JB123 정기예금'(연 5.3%) 등은 연 5%대 금리를 주고 있다.
이처럼 정기예금 금리가 하락한 건 당국의 수신금리 경쟁 자제를 요구한 것과 관련있다. 앞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금융권의 과도한 자금확보 경쟁은 금융시장 안정에 교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업권 간, 업권 내 과당 경쟁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당국은 최근 은행권에 이 같은 발언을 지속하고 있다.
만일 수신 금리가 오르면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상승할 수밖에 없다. 코픽스는 신용대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전세자금대출 등 은행권 변동형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데 코픽스 인상은 그대로 대출금리 인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으로 차주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은행의 수신경쟁까지 더해질 경우 시장 왜곡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은행보다 수신금리를 높게 해야 자금을 끌어모을 수 있는 제2금융권에서 부담을 느꼈다는 후문이다.
다만, 대출 금리는 계속 오르는데 수신 금리가 내려올 경우 소비자 피해가 생길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금융감독원이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 등에 따르면 올해 3분기(7∼9월) 말 국내 은행의 평균 예대금리 차(잔액 기준)는 2.46%포인트로 8년 만에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은행 관계자는 “대출 차주와 수신 차주가 다른데, 수신 금리를 낮추는 게 자칫 소비자 혜택을 줄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며 “시장상황, 당국의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금리 수준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