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술집 3주전 공지 바로 매진

대학가·주택가 식당도 ‘만석’

득점기회·실점위기땐 환호·탄식

“저 식당에 텔레비전 있는 것 같은데? 빨리 들어가자.” 카타르월드컵 한국 대 우루과이 경기가 있었던 지난 24일 오후 9시 30분. 서울 동작구 흑석동 식당가에선 대학생 수십명이 이 경기를 보기 위해 식당을 찾아 헤매는 모습이 보였다.

국가대표팀을 응원하기 위해 서울 광화문광장을 물들인 붉은 물결은 대학가부터 주택가까지 이어졌다. 평일 밤 10시에 시작되는 경기였지만 국가대표 유니폼과 응원용품을 챙긴 ‘붉은악마’들은 저녁부터 식당과 호프집에 모여 ‘작은 응원전’을 펼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첫 월드컵 경기를 집밖이지만 비교적 안전한 실내 공간에서 즐기려는 시민들의 열기가 뜨거웠다.

서울 동작구 흑석동 중앙대 앞 유명 선술집 앞 입간판에는 경기 시작 30분 전부터 ‘마감됐습니다. 감사합니다’라며 만석을 알리는 안내가 적혀 있었다. 이 가게 내부에는 60여명의 사람들이 자리에 앉아 담소를 나누며 경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중앙대 재학생 이모(23) 씨는 “좋은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오후 7시30분께부터 와 있었다”고 말했다.

10시에 경기가 시작되고 ‘마스크 투혼’을 펼친 주장 손흥민 선수가 등장하자 흑석동 일대 식당가는 곳곳에서 쏟아지는 환호로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일찌감치 자리를 잡은 손님들로 인해 경기가 시작되기도 전에 재료가 이미 소진되는 식당도 있었다.

대다수의 가게에선 이태원 참사 이후 압사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 좌석제로 식당을 운영하는 등 안전에 만전을 가하는 모습이었다. 흑석동에서 선술집을 운영하는 방성욱 씨는 “코로나19 전까지만 해도 월드컵 경기가 있는 날이면 가게 안에서 서서 보는 손님들도 많아 발 디딜 틈이 없었다”면서도 “이번엔 안전을 고려해 예약제로 손님들을 받았다. 3주 전에 공지를 올렸는데도 그날 바로 매진됐다”고 설명했다.

중앙대 3학년 재학생 박성정 씨도 “광화문보다 비교적 유동인구가 적은 동네에서 편안하게 경기를 관람하고 싶었다”며 “과거에는 일어서서 보는 사람들도 많았는데, 이제는 (가게에서) 좌석제로만 운영하니 안심되는 부분도 있다”고 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주택가 역시 호프집마다 경기를 보기 위해 동네 술집을 찾은 손님들로 붐비고 있었다. 경기를 볼 수 있는 식당을 찾지 못한 일부 손님들은 급하게 먹을 것을 포장해 귀가하는 모습도 그려졌다.

경기 종료 직전 7분의 추가 시간이 주어지자 곳곳에서 탄성을 내지르는 손님들로 종종 보였다. 우루과이팀 선수가 찬 공이 한국팀 골대에 튕겨 나가는 상황이 연출되자 손님들은 일제히 “안돼!”라고 외치며 머리를 감싸기도 했다. 이날 대치동의 한 식당에 응원하러 온 주민 이호진(28) 씨는 “광화문광장을 가자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사람들이 너무 많을 것 같아서 가지 않았다”며 “동네라서 사람들이 너무 붐비지도 않고 편하게 경기를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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