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관련 뉴스가 하루가 멀다 하고 들린다. 한국은 더 이상 ‘마약 청정국’이 아니다. 연예인 뿐 아니라 학생, 직장인, 주부 등까지 이제 마약은 일상의 위협으로 다가왔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최근 국정과제 점검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대책 질문에 “마약은 전쟁하듯 막으면 막을 수 있다”고 말했을 정도다.

‘도파민네이션’(Dopamine Nation)은 ‘쾌락 과잉 시대에서 균형 찾기’란 부제를 달고 있다. 저자인 애나 렘키(Anna Lembke) 미 스탠퍼드대 의과대학 정신의학·중독의학 교수(스탠퍼드 중독치료센터 소장)에 따르면 현대인들은 피로사회를 헤쳐 나가기 위해 도파민 과다복용(중독)에 빠져 있다. 그 중독 대상은 마약, 술, 도박, 섹스 등 다양하다. 특히 디지털 세상의 등장은 이런 자극들에 날개를 달아줬다. 스마트폰은 중독자들에게 쉴 새 없이 디지털 도파민을 전달하는 현대판 피하주사침이 됐다.

[김필수의 책읽기] 중독은 우리 뇌 속 '쾌락과 고통의 줄다리기'
도파민네이션 / 애나 렘키 지음, 김두완 옮김 / 흐름출판 펴냄

렘키 교수는 각종 중독에 매몰된 현대인들의 문제와 그 해결책을 생생한 사례와 함께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특히 포르노성 로맨스 소설에 중독됐던 자신의 사례까지 세세하게 밝힘으로써 흡인력을 극대화했다.

중독의 매커니즘을 ‘쾌락-고통 저울’로 설명하는데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요지는 이렇다. 우리가 중독 대상에 기대면 저울은 쾌락 쪽으로 기운다. 더 많이, 더 빨리 기울어질수록 쾌락의 강도가 세다. 하지만 저울의 중요한 속성이 평형회귀다. 즉 평형을 유지하려고 한다.

그런데 수평으로 돌아온 저울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쾌락으로 얻은 만큼의 무게가 반대 쪽에 실려 고통 쪽으로 기운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초기의 쾌락 편향은 갈수록 약해지고 짧아진다. 반면 고통 쪽으로 나타나는 반응은 갈수록 강하고 길어진다. 결국 오랫동안 과도하게 중독대상에 기대면, 쾌락-고통 저울은 고통 쪽으로 치우치게 돼 중독자들은 고통의 늪에 빠지게 된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저자는 이러한 고통(중독)에서 벗어나려면 약물에 의존하지 말고, 고통을 받아들이거나 적극 추구하는 연습에 나서라고 제안한다. 예컨대, 찬물 목욕, 극한 운동, 단식 등을 통해 얻는 고통이 오히려 쾌락을 선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솔직함(중독 고백)도 중독에서 벗어나는 중요한 치료수단으로 제시된다. 실제로 솔직함은 신경회로를 변화시키고, 여유 있는 사고방식으로 이어져 중독 행동을 바꿀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마지막으로 주어진 삶에 완전히 몰입하라고 조언한다. 그래야 피하려고 하는 대상을 당당히 맞설 수 있고, 탈출구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헤럴드경제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