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신앙 갖지 않을 자유 등 제한한 것”

4가지 종교 활동…“특정종교 우대 조치”

“종교에 대한 강제, 심각한 기본권 침해”

기사와 사진은 직접 관련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기사와 사진은 직접 관련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안대용 기자] 육군훈련소 내 종교행사 중 하나에 참석하도록 한 것을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판단한 것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 조치로 봤기 때문이다. 참석을 강제한 것만으로 신앙을 갖지 않을 자유 등을 침해한 것이고, 국가가 특정 종교를 우대하는 것이라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26일 헌재에 따르면 김모씨 등 5명은 2019년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뒤 공익법무관으로 근무하기 위해 그해 5월 육군훈련소에 입소했다. 이후 기초군사훈련 기간 중 일요일 오전 훈련소 분대장에게서 ‘개신교, 불교, 천주교, 원불교 종교행사 중 하나를 선택해 참석해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김씨 등은 종교가 없어 종교행사에 참석하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다시 한 번 생각해보란 얘기에 각각 종교행사에 참석했다. 이후 이들은 개신교와 불교, 천주교, 원불교 중 하나를 선택해 종교행사에 참석하도록 한 조치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고 정교분리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하면서 같은 해 8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먼저 이들의 청구가 헌법소원 심판 대상에 해당한다고 인정했다. 훈련소가 종교행사를 참석하도록 조치한 일은 이미 종료된 행위지만 반복 가능성이 있고 헌법적 해명이 필요한 일이어서 심판의 이익을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헌재는 김씨 등의 주장을 검토한 뒤 훈련소의 조치가 종교의 자유를 제한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헌재는 “타인에 대한 종교나 신앙의 강제는 신앙고백, 기도, 예배 참석 등 외적 행위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며 “실제 변화가 있었는지 여부와는 무관하게, 행사 참석을 강제한 것만으로 신앙을 가지지 않을 자유와 종교 집회에 참석하지 않을 자유를 제한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개신교, 불교, 천주교, 원불교 등 4가지로 분류된 종교활동에 참석하도록 한 조치는 다른 종교나 무(無)종교보다 이 4가지 종교 중 하나를 가지는 걸 선호한다는 점을 표현한 것이라 보여질 수 있다고 했다. 이는 국가의 종교에 대한 중립성을 위반해 특정 종교를 우대하는 조치여서 국가와 종교의 밀접한 결합을 초래해 정교분리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나아가 헌재는 군에서 필요한 정신전력을 강화하는 데 기여하기보다 오히려 해당 종교와 군생활에 대한 반감이나 불쾌감을 유발해 역효과를 일으킬 소지가 있고, 종교에 대한 국가의 강제는 심각한 기본권 침해에 해당하는 점을 고려할 때 김씨 등의 종교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밝혔다. 헌재는 24일 김씨 등이 낸 헌법소원 사건을 재판관 6(위헌)대 3(각하)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다만 이선애·이은애·이영진 재판관은 훈련소의 종교활동 참석조치가 강제가 아닌 권유에 해당해 헌법소원의 심판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반대의견을 냈다.


dand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