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가격 내려가도 대출받기 더 힘들어”
정부 LTV 규제 완화에도 DSR 등 장벽 여전해
고금리 탓 가계대출 줄고 주택 거래량도 ‘최저’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정부가 부동산 경기 침체 장기화를 우려해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 시점을 앞당기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하지만, 정작 현장에서 대출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의 불만은 큰 상황이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생활안정 목적 대출 한도가 폐지되고 주택담보대출비율(LTV)까지 상향됐지만, 정작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과 고금리 탓에 부동산 매매를 앞둔 3040이 주택 매매를 포기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최근 전세 만기를 앞둔 직장인 임모(36) 씨는 서울 동작구에 봐뒀던 아파트 매매를 포기했다. 최근 아파트 매매가가 20% 가까이 폭락하며 주택 구입을 계획했던 임 씨는 “지금이 내 집 마련 적기”라는 판단을 내렸는데, 정작 주택담보대출 상담을 받아보니 대출 이자가 7%를 넘긴 것이다.
임 씨는 “고민 끝에 주택 구입을 포기하고 기존에 살고 있던 아파트의 전세 계약을 다시 하는 쪽으로 결정이 됐다”라며 “뉴스에서 대출 규제가 완화됐다고 해서 알아봤지만, 신용대출을 받아 놓은 탓에 대출 한도와 이자에서 큰 손해를 봤다. 그나마도 전세금을 일부 돌려받기로 해서 대출 규모는 줄었는데 매월 상환해야 하는 원리금은 더 늘어난 상황으로, 정부의 저금리 대출조차 조건이 까다롭다”라고 말했다.
서울 노원구의 아파트를 매매하기 위해 최근 대출 상담을 받은 송모(32) 씨 역시 최근 주택 구입을 포기했다. 지난해부터 생각하고 있던 아파트 가격이 2억원 이상 하락하며 주택 구입을 고민했지만, 최근 급등한 금리 탓에 대출 한도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금리 수준이었으면 4억원 넘게 대출이 가능했는데, 지금은 턱없이 한도가 줄어들었다”라며 “아예 한도가 줄어버리니 주택 구입 계획을 미뤄야 하는 상황이다. 아파트 가격이 내려가도 살 수 없어 아쉽기만 하다”고 했다.
앞서 정부는 부동산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내달 1일부터 무주택자에 대한 LTV 규제는 50%로 일원화되고, 투기과열지구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도 허용키로 했다. 애초 내년부터 완화안이 적용될 예정이었지만, 예상보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심해지자 적용 시기를 앞당긴 것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LTV 규제가 예상보다 일찍 완화되더라도 DSR 규제가 여전하고 주담대 금리가 연 연일 급상승해 실제 돈을 빌려 집을 장만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는 반응이다. 실제로 최근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는 신용등급이 1등급에 근접했더라도 상단이 8%에 달하고 있다. 8% 금리인 상황에서 3억원을 30년 만기로 대출받을 경우, 한 달에 내야하는 원금과 이자만 220만원이 넘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금리 급등으로 인해 DSR 한도를 초과하게 된 대출자 비율은 크게 늘었다.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대출자 1646만명 가운데 가계 대출 평균 금리가 7%에 달할 경우 DSR이 70%를 넘어서는 대출자는 19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초 가계대출 평균 금리가 3.96%였을 때 DSR 70% 초과 차주는 140만명에 그쳤는데, 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월급의 70% 이상을 대출 이자 상환에 써야 하는 셈이다.
이처럼 금리 급등 탓에 가계대출은 줄고 주택 거래는 끊기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은행의 ‘2022년 10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1058조8217억원으로 전월 대비 6288억 원 감소했다. 지난 9월(1조2903억원 감소)에 이어 두 달째 감소다.
전국 주택 거래량 역시 한국부동산원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 9월 5만7103건으로 감소세를 이어갔는데, 지난 4월 10만4380건이었던 주택 거래량은 5월에 9만6979건으로 10만건 아래로 떨어진 이후 연중 최저치를 기록 중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금리가 치솟고 있어 매수자들이 대출을 많이 내서 집을 사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금리가 부동산시장의 블랙홀이자 중력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현재 주택시장은 금리발작이 진행 중이다. 금리인상 랠리가 마무리되기 전까지는 거래 회복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