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 고졸 취업이 당연하고 또 보편적인 독일에서는 ‘고졸자(아추비(Azubi))는 벤츠를 타고 대졸자(아비(Abi))는 골프를 탄다’는 말이 있다. 고졸 취업자와 대졸 취업자의 소득, 그리고 사회적 차별이 거의 없는 가운데, 오히려 30대까지는 일찌감치 취업에 성공한 고졸자의 소득이 대졸자보다 높은 현상을 표현한 것이다.
60~70%의 학생이 매년 직업전문 고등학교로 진학하고, 또 취업하는 독일은 고졸 취업 시스템의 대명사다. 독일의 직업학교는 기업 현장에서 실습하고 학교에서는 직장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이론 교육을 받는 이원적 시스템이 기본이다. 학교와 지역 기업이 나눠 교육을 하는 셈이다. 독일 정부는 2015년 기업단체, 노동조합과 함께 ‘직업교육과 평생교육을 위한 새로운 동맹’을 맺고 “미래 전문 인력 보장을 위해 사회 전반이 공동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2016년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발표한 ‘인적자본(human capital) 보고서’에서 당당히 인적자원 경쟁력 5위에 오른 스웨덴도 대표적인 고졸 취업 국가다. 대학 진학률은 70%에 육박하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낮은 40%대에 불과하지만, 인적자원의 질은 32위인 우리나라보다 큰 격차로 앞섰다.
스웨덴은 정부의 교육 투자를 직업교육 과정에 집중했다. 스웨덴 정부는 직업교육 과정에 학생 1명 당 1만4000달러의 돈을 쓸 때, 대학 진학을 위한 교육에는 9000달러만을 지출하고 있다. 대신 일하면서 배울 수 있는 직업 심화, 언어, 문화 등 평생 교육과정을 육성했다. ‘선 취업 후 배움’이라는 구도를 정책적으로 이끌어낸 것이다.
10년 전인 2012년 삼성경제연구소(현 삼성글로벌리서치)가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의 학력 인플레가 국내총생산(GDP) 1%의 상승 기회를 잠식하고 있다”고 지적한 문제를, 독일·스웨덴은 일찌감치 깨닫고 해결책까지 마련한 셈이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기술 하나만으로도 인정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게 고졸 취업 문제의 궁극적인 해결 방안”이라며 “이를 위해 정부부터 학생과 기업에 정책적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