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텐도 디자이너의 독립 프로젝트(마에다 타카시 지음, 한세희 옮김,유엑스리뷰)=일본 디자이너 마에다 타카시는 2019년 블로그에 초보 디자이너들이 디자인을 제안하는 방법에 관해 평소 아쉽게 생각했던 것들을 올렸다. ‘이것은 디자인 기획안이 아니다’라는 글이다. 이 글은 의외의 큰 호응을 얻었는데, 현장에서 부딪히는 디자인 실무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서 좋았다는 반응이 많았다. 그만큼 실제 현장에서 느끼는 아쉬움을 채워주는 정보가 부족했다는 얘기다. 닌텐도에서 15년 근무하다 프리랜서로 독립, 지금은 자신의 디자인 회사를 세워 활동하는 그는 이 책에서 아낌없이 그 노하우를 공개한다. 일류 디자이너를 꿈꾸며 만들었던 작업과 닌텐도 재직 시절 일하면서 터득한 업무 기술, 디자인 능력을 높일 수 있었던 모든 방법을 고스란히 담아낸 개인적인 디자인 비법 노트다. 또한 닌텐도를 퇴사하고 프리랜서라는 막막한 길에서 얻은 경험과 창업을 통해 실천하고 얻었던 모든 정보를 아낌없이 담아내 디자이너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한다.좋은 디자인은 누가 보아도 좋다. 많은 사람이 애플의 제품 디자인을 보며 좋다고 이야기하고 페라리는 누가 봐도 멋있다. 쉽게 알 수 있고, 컨셉이 확실하며, 흥미를 유발하고 독창적이고 아름다워서 함부로 버릴 수 없는 디자인, 바로 그가 말하는 ‘이기는 디자인’이기 때문이다.디자인 철학을 얘기하고, 멋진 디자인을 보여주는 디자인 관련 책은 많지만, 디자이너나 의뢰자 모두에게 꼭 필요한 디자인 상식과 실무를 전해주는 책은 드물다는 점에서 책의 가치가 있다.

▶배반(압둘라자크 구르나 지음, 황가한 옮김, 문학동네)=2021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압둘라자크 구르나의 일곱번째 장편소설. 아프리카 잔지바르 태생으로 1968년 영국으로 이주한 작가는 조국 잔지바르의 정치적 혼란과 그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은 디아스포라의 삶을 그려왔다. 2005년에 발표한 ‘배반’ 역시 떠남과 단절을 이야기한다. 소설은 제국주의의 그림자가 짙어지던 1899년과 독립과 혁명의 광풍이 몰아친 1950년대 중반을 배경으로 기묘한 운명으로 얽힌 연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사랑과 잔지바르의 역사를 한데 엮어간다. 1899년 어느 이른 아침, 작은 상점의 주인 하사날리는 기도시간을 알리기 위해 모스크로 향하던 중 길에 쓰러져 있던 백인 남자를 발견, 집으로 데려와 보살친다. 그 소식을 접한 영국 관리는 남자를 관사로 데려가고, 의식을 찾은 남자, 마틴은 하사날리가 자신의 목숨을 구해줬음에도 소지품을 훔쳤다는 의심을 받는데 죄책감을 느껴 그의 집을 찾아간다. 그곳에서 마틴은 하사날리의 누이 레하나에게 끌리게 된다. 이야기는 반세기 후 독립을 앞두고 혼란스러운 1950년대 후반 세 남매에게로 이동한다. 그 중 둘째 아민은 부모처럼 교사의 길을 걷는데 우연한 기회에 마틴과 레하나의 손녀 자밀라와 사랑에 빠진다. 이혼 경력이 있는 데다 유력 정치인과 교제중이라는 소문으로 눈총을 받는 자밀라와의 밀회를 부모가 반대하자 아민은 사랑을 포기한다. 막내 라시드는 평소에 꿈꾸던 영국 유학 길에 오르지만 이방인으로서 벽을 느끼고 방황하게 된다. 떠나온 곳, 지금 살고 있는 곳 어디에도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라시드는 외부자로서 살아온 구르나의 삶의 궤적을 떠올리게 한다. 섬세하게 직조해내는 구르나 이야기의 힘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철학자 마을에 저녁이 내리는 소리(한창수 지음, 페이퍼로드)=보고서처럼 누구나 알기 쉽게 요약적이고 명쾌하게 쓴 철학이야기. 저자는 삼성글로벌리서치(전 삼성경제연구소)에서 30년간 근무해온 경영 전략 컨설턴트이지만 ‘철학 덕후’로도 유명하다. 생활인으로서 철학자들이 사는 동네를 설정, 모모가 철학자들로부터 삶의 지혜를 알아가는 과정을 우화로 담백하게 담아냈다. 이 철학자 마을에서 마르크스는 신문 기자로, 헤겔은 웅변 학원 원장으로, 칸트는 교사로, 들뢰즈는 카페 종업원으로, 싯다르타는 노숙자로, 공자는 포목점 주인으로, 프로이트와 융은 정신과 의사로 등장한다. 또한 다윈은 박물관장으로, 하버마스는 환경회관장으로, 보르헤스는 도서관장으로 등장,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저자는 굳이 철학이나 도를 위해 출가할 필요가 없으며 일상에 바로 지혜가 있음을 강조한다. 즉 매일 반복되는 힘든 일상, 시지프스의 고통 속에서 우리는 작은 행복을 더욱 크게 느낄 수 있다. 또한 기적과 일상은 뚜렷이 구분되지 않는다. 과거엔 기적이라 생각된 것들이 수없이 되풀이되면서 일상으로 자리잡게 된다. 저자는 평범한 일상도 종교 못지않게 거룩하고 신비한 것임을 공자와 예수의 사상을 통해 들려준다. 차이를 만들어내는 건 매일 공부하고 성장하는 반복에 있다는 얘기 등 저자의 몸을 통과한 철학자들의 사상이 일상의 고민인 ‘점심 뭐 먹을까?’ 처럼 손에 잡히는 얘기로 다가온다. 수많은 철학자들의 사상의 정수를 담아내면서도 이해하기 쉽게 썼다.

이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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