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세정] “1분 노출에 1000만원?"
#. 드라마 속에서 남자 주인공이 과자를 먹자, 화면이 뜬금없이 CF 같은 연출로 바뀐다. 또다른 드라마에선 여주인공과 그 친구들이 시도 때도 없이 멀티밤 화장품을 들고 눈가와 목에 덧칠을 한다.
드라마, 예능에서 누구나 한 번쯤 봤을 법한 간접광고(PPL)들이다. 때로는 과도한 PPL이 몰입을 방해한다는 시청자들의 원성도 적지않다. 시청자들의 불만에도 방송사들이 PPL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PPL이 쏠쏠한 ‘수익 창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1분 채 안돼도 1000만원 수익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최근 공개한 ‘제32차 방송심의소위원회 임시회의’ 회의록을 통해 엠넷 예능 ‘TMI NEWS SHOW’와 tvN 드라마 ‘별똥별’의 PPL 가격이 언급됐다. 두 프로그램은 방송 중 과도한 PPL로 심의 대상에 올랐는데, 심의 과정에서 PPL 책정 가격이 드러났다.
엠넷 ‘TMI NEWS SHOW’는 LG 이동형 TV ‘스탠바이미’를 4회에 걸쳐 PPL하는 조건으로 4000만원을 받았다. 1회당 1000만원 꼴이다. 이 프로그램의 회당 제작비가 7000만~800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비중이다.
tvN 드라마 ‘별똥별’은 올리브영, 센트롬 등의 협찬 금액으로 5억원이 책정됐다. 전체 제작비의 약 5% 수준이다.
프로그램 선호도, 출연진 등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업계에선 평균적으로 이와 비슷한 수준의 PPL 가격이 책정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MBC 예능 ‘놀면 뭐하니’의 경우 2분 노출에 2000만원의 가격이 책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노출 시간과 방송사, 출연진에 따라 700만~3500만원 가량이 PPL 가격으로 책정된다.
마케팅 효과 좋지만…시청자들 “몰입 방해해” 피로감 호소도
PPL을 통해 기업들도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보는 점은 분명하다. 대표적으로 스틱형 화장품 ‘가히’의 경우 공격적인 PPL 마케팅으로 출시 1년 반 만에 누적 판매량 1000만개를 돌파했다. 가히 판매사인 코리아테크의 연매출(2513억원) 가운데 가히 매출의 비중이 80%를 차지했다.
가히는 드라마에서 가장 자주 보이는 PPL 중 하나로 꼽힌다. 최근 종영한 ENA 인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PPL 청정 드라마로 불렸지만, 극 후반부에 가히 PPL이 등장해 “우영우 마저 가히에 함락 당했다”등의 시청자 반응이 나왔다.
과도한 PPL은 극의 몰입을 깨고 피로감을 높인다는 시청자들의 불만도 적지 않다.
이번 방심위 심의에 오른 tvN ‘별똥별’의 경우, 극중 남자 주인공이 올리브영의 간식을 먹자, 화면 상단에 올리브영 로고가 뜨고 마치 올리브영 CF처럼 화면이 연출돼 논란이 됐다. 극중 영양제 ‘센트룸’을 광고처럼 들고 노출시키는 장면 역시 ‘황당하다’는 시청자들의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방심위는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 47조(간접광고)제2항제1호 및 제2호 위반 여부를 심의, ‘주의’조치를 내렸다.
엠넷 ‘TMI NEWS SHOW’도 연예 정보를 전달하는 토크쇼에서 ‘LG 스탠바이미’의 특징을 설명하고 기능을 시현하는 장면 등이 같은 규정에 위반 되는지 여부를 심의, 방심위는 ‘권고’ 조치를 의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