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영국 항공사 버진애틀랜틱이 남성 승무원도 자신의 ‘성적 정체성’에 따라 기존 여성 승무원이 입던 빨간색 치마 유니폼을 입고 하이힐을 신을 수 있도록 하는 파격적인 ‘성중립 정책’을 발표해 눈길을 끌고 있다.
29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영국 BBC 방송 등에 따르면 버진애틀랜틱은 조종사와 객실 승무원 등 모든 직군의 직원들이 자신의 정체성에 가장 맞다고 생각하는 유니폼을 선택해 자유롭게 착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번 정책을 통해 버진애틀랜틱 소속 직원들은 색과 성별에 따른 의상 규정의 구분을 넘어서 치마와 바지, 남성용 구두와 하이힐 등을 원하는대로 입을 수 있게 됐다.
앞서 버진애틀랜틱은 유명 디자이너 비비안 웨스트우드가 제작한 두 가지 색의 유니폼을 사용해왔다. 여성 승무원은 빨간색 치마와 상의로 구성된 유니폼을, 남성 승무원은 버건디 색의 바지와 상의를 반드시 착용해야 했다.
버진애틀랜틱은 직원들이 유니폼을 통해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을 넘어 자신이 원하는 성별로 불릴 수 있도록 성별 대명사가 적힌 배지(휘장)도 제공한다.
예를 들어 빨간색 치마 유니폼을 입기로 결정한 남성 직원이 남성을 의미하는 대명사(he/him) 배지를 달거나, 버건디색 바지 유니폼을 입은 여성 직원이 여성을 의미하는 대명사(she/her) 배지를 단다는 것이다.
생물학적으로 타고난 성별과 자신이 느끼는 성별이 다르다고 느끼는 직원도 자신이 원하는 성별 배지를 선택할 수 있다. 생물학적으로는 남성이지만 자신의 정체성이 여성이라 느끼는 경우 여성 배지를, 생물학적으로 여성이지만 남성을 자신의 정체성이라 생각하는 경우 남성 배지를 달게 된다.
버진애틀랜틱의 이번 정책은 승무원을 넘어 승객에게도 적용된다. 항공권 발급 시 원하는 성별 코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미국, 독일, 호주 등에서 중립적 성별을 의미하는 ‘X’가 적힌 여권을 소지한 승객이 이번 서비스의 대상자다.
버진애틀랜틱은 ‘괴짜 억만장자’로 불리며 최근 우주산업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영국 사업가 리처드 브랜슨이 설립했다.
한편, 버진애틀랜틱은 ‘너 자신이 돼라(Be Yourself)’란 캠페인을 통해 성중립 정책에 있어 글로벌 항공사 중 가장 선두에서 정책을 펼쳐왔다.
지난 2019년에는 여성 객실 승무원에게 바지 유니폼과 굽이 낮은 구두를 일괄 제공해 치마 착용을 선택 사항으로 바꿨고, 글로벌 대형 항공사 최초로 객실 승무원의 화장 의무를 없앴다. 지난 6월에는 승무원의 문신 공개를 허용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