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비록 오빠(남편)를 사랑했다고는 말할 수는 없지만 제 아이를 자신의 아이처럼 생각해주고 저를 끝까지 진심으로 위해준 오빠(남편)를 절대로 죽이지 않았습니다."
'계곡 살인'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이은해(31·여)씨와 공범 조현수(30·남)씨의 결심공판이 열린 30일 오전.
인천지법 324호 법정 내 피고인석에서 몸을 일으킨 이씨는 종이를 주섬주섬 펼쳤다. 종이에는 구치소에서 미리 쓴 최후진술이 빼곡히 적혀있었다.
짙은 녹색 수의를 입은 그는 "저의 못난 과거 행실로 인해 지금까지 비난받았다"며 "하루하루가 지옥이어서 힘들고 저 자신도 원망스럽다"고 울먹였다.
이씨는 "지금까지 저의 삶은 비난받아 마땅하고 오빠와도 잘못된 관계였지만 9년간 잘 지냈다"며 "오빠와 함께 한 즐거운 추억도 많고 좋았던 감정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오빠를 죽여 보험금을 타려고 계획하지 않았고 오빠가 수영을 할 줄 아는 것도 정말 사실"이라며 "존경하는 재판장님, 부디 현명한 판단을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공범으로 이씨와 함께 기소된 그의 내연남 조씨는 이날 최후변론에서 검찰의 강압수사를 재차 주장하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조씨는 "저는 이 사건으로 검찰 조사를 받던 중 강압 수사의 부담감으로 도주했다"며 "(검찰 관계자가) '너도 이씨에게 당한 거 아니냐'면서 회유하고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조씨는 "(조사는 검찰이 말한 숫자) 1·3·5에 (제가) 2·4·6을 채워 넣는 식이었다"며 "형(이씨의 남편)의 사고를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지만, 형을 죽이려고 계획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앞서 이씨도 이날 검찰 구형을 앞두고 진행된 2번째 피고인 신문에서 "검사가 '조씨와의 성관계 영상을 봤지만, 언론에 나가지 않게 막아주고 있는데 왜 조사를 돕지 않느냐'는 식으로 말했다"며 검찰의 강압수사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결심 공판이 진행된 법정 앞은 이번 사건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듯 재판 시작 1시간 전부터 취재진으로 북적였다. 이후 법정 안에는 많은 기자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방청석은 빈자리 없이 모두 채워졌다.
검찰은 살인과 살인미수 등 혐의로 기소한 이씨와 조씨에게 무기징역을 각각 구형했다.
검찰은 또 이들에게 각각 5년간 보호관찰과 함께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을 명령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법정 내 방청석에서 이날 결심 공판을 모두 지켜본 피해자 윤모(사망 당시 39세)씨의 누나는 검찰 구형 후 방청석에 앉아 오열하기도 했다.
이씨와 조씨의 선고공판은 다음 달 27일 오후 2시 같은 법정에서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