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손정의 회장과 만남 전망

이 부회장, 빅딜 첫 언급 주목

모바일칩 설계 90% 점유율

손 회장도 “이번방문 기대 크다”

시스템반도체 초격차에 필수

단독·공동인수 만만찮은 과제

삼성-SK하이닉스 동맹 가능성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1일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1일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글로벌 팹리스(설계전문) 기업인 ARM 인수와 관련해 다음달 ARM 최대 주주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과 만날 것이라고 밝히면서 삼성의 초대형 인수합병(M&A) 관측이 급부상하고 있다. 손 회장도 삼성과의 전략적 협력 논의 계획을 언급해 기업가치 최소 50조원에 달하는 ARM 인수가 실현될지 이목이 집중된다. 복권 후 ‘뉴삼성’ 경영에 속도를 올리고 있는 이 부회장이 내릴 결단과 함께 앞서 ‘공동인수’ 의사를 밝힌 SK하이닉스와의 연합 가능성에도 촉각이 모아진다.

지난 21일 오후 서울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영국에서 귀국한 이 부회장은 ARM 인수설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다음 달에 손정의 회장이 서울에 올 것이다. 아마 그때 무슨 제안을 할 것 같다”고 답했다.

그동안 삼성전자 고위 경영진이 대규모 M&A를 추진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적은 있으나, 이 부회장이 공식적으로 대규모 딜과 관련해 공개 발언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에선 이례적이란 반응이다. 22일 외신에 따르면 손 회장 역시 “이번 방문에 대한 기대가 크다”며 “삼성과 ARM 간 전략적 협력에 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화답하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ARM은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칩 설계의 기반이 되는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다. 특히 모바일 칩 설계 분야에서 ARM의 점유율은 90%에 이르며, ‘설계회사들의 설계회사’라고 불릴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지난 2016년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소프트뱅크와 자회사 비전펀드를 통해 인수한 ARM은 글로벌 그래픽처리장치(GPU) 선도 기업인 엔비디아에 400억달러(약 56조원)에 단독 매각될 뻔 했으나 지난 2월 초 미국, 영국, 유럽연합(EU)의 규제 당국 저항으로 다시 매물로 나왔다.

손 회장은 ARM을 기업공개(IPO) 하겠다고 밝혔으나, 글로벌 기업들은 발빠르게 ARM에 대한 공동인수 추진 의사를 밝히고 있는 상태다. 2월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 3월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5월 크리스티아누 아몬 퀄컴 CEO 등이 모두 ARM 공동 인수 추진 의사를 밝혔다. 박 부회장은 “ARM을 어느 한 기업이 독점하게 되면 반도체 생태계에서 허용하지 않을 것이기에 공동인수를 추진 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만일 삼성전자까지 인수를 공식화하면, 그야말로 ‘초호화 공동 인수 추진단’이 구성되는 것이다.

당장 삼성전자 입장에선 ‘뉴삼성’ 구축을 위해 ARM이 매력적인 매물일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2016년 하만 인수 이후 대규모 M&A가 없는 삼성이 글로벌 기업으로서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인수가 필요하단 지적이 업계에선 꾸준히 제기돼 왔다.

현재 125조원이 넘는 현금 자산을 바탕으로 삼성전자가 메타버스, 로봇, 인공지능(AI) 등 기업을 물색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회사에서 가장 큰 이익을 내는 반도체 사업의 경쟁력 강화가 최우선 순위로 꼽힌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특히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1위를 차지하겠다는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을 이루기 위한 방안으로 ARM 인수는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시스템 반도체 내 파운드리(반도체 칩 위탁생산) 사업이 TSMC를 꺾고 글로벌 1위를 차지하는 데는 대규모 투자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것이란 진단이 나온다는 점도 문제다. 삼성보다 3배 높은 약 56%의 파운드리 점유율을 지닌 TSMC를 시장 경쟁에서 단기에 따라잡기보다, 시스템 반도체 설계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ARM 인수가 더 빠른 실행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ARM 인수에 당장 속도를 내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신중론이 우세하다. 단독인수든 공동인수든 삼성이 넘어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다.

삼성전자가 ARM을 단독 인수하는 경우, ARM 인수 후 사업부 재구축을 통해 시너지를 일으킬 방안을 추가로 모색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난 2월 글로벌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각국 규제당국의 개입으로 인수가 무산된 사례가 있기에 단독인수를 추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공동인수를 할 경우 ARM에 대한 일부 지분만 확보돼 다른 기업들과의 관계에 따라 실질적인 설계 등 역량을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단 지적이다.

무엇보다 현재 설계(시스템LSI사업부)와 위탁생산(파운드리사업부)를 동시에 진행하는 삼성 입장에서 ARM을 수직계열화하는 것이 부담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설계 역량을 강화하면, 설계를 맡기는 파운드리 사업부의 고객사들의 기술 유출 우려가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실질적으로 공동인수, 단독인수 삼성 입장에선 단기에 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며 “ARM보다 기존에 기술력을 인정받는 메모리, 이미지센서, AP 등 분야에서 M&A를 고려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신중하게 고려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지헌 기자


ra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