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년전 진도서, 바닷가 떠밀려온 시신 장례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전 총리 위령제 참석
박주언 진도문화원장, 무덤 100여기 발견
[헤럴드경제(광주)=서인주 기자]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일본 전 총리가 위령제에 참석해 추모사를 할 예정인 전남 진도군 왜덕산(倭德山)에 전국적인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진도군 고군면 내동마을의 해발 150m 왜덕산에는 1597년 울돌목에서 벌어진 명량해전 때 목숨을 잃은 왜군 수군들의 무덤이 있다.
병졸뿐만 아니라 장수의 묘도 조성돼 있다.
2002년 첫 발견 이후 왜덕산에 묻힌 왜군 후손 일본인들이 종종 방한, 마을 주민들에게 고마움을 표하긴 했지만 일본 전 총리가 찾기로 한 것은 처음이다.
왜덕산은 ‘조선이 왜구에 덕을 베풀었다’는 뜻이 있다.
왜구에 시달렸던 진도 백성들은 당시 전쟁으로 큰 피해까지 봤지만, 우수영 울돌목 명량대첩에서 숨진 왜군 시신이 해안가로 떠밀려오자 인근 야산에 묻어줬다.
주민들은 내동마을 오산만으로 흘러들어온 왜군 시신을 한 구씩 안장한 후 정성스레 봉분을 쌓고 무덤 100여기를 만들었다고 한다.
조선 백성으로서 진도사람들에게 왜군들은 철천지원수였다. 그러나 바닷사람으로서 진도사람에게 왜군 시신은 바다에서 목숨을 잃은 불쌍한 사람이었다. 바닷가 사람들은 바다에서 시신을 보면 잘 거둬 장례를 지내주는 것이 당시 관습이었다.
진도 백성들은 100구가 넘는 시신을 거둬 왜군들의 고국인 일본열도 쪽 바다가 보이는 산 양지바른 곳에 묻고 그곳을 왜덕산이라 불렀다.
무덤과 함께 묻혀 버렸던 왜덕산 사연은 2002년 진도 삼별초 전적지 답사를 하러 갔던 박주언 진도문화원장이 찾아냈다.
박 원장은 당시 내동리 이기수 씨로부터 왜덕산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현장을 확인해 이를 세상에 알렸다.
100여기의 무덤 중 현재 맨눈으로 확인된 것은 50여 기 정도다.
박 원장은 "왜군 무덤은 왜덕산 말고도 인근에 더 있을 수 있다"며 "마을에 전해 내려오는 명량대첩 이야기를 들려 줄 어르신도 많이 계시지 않은만큼 체계적인 정밀 조사 등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