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 스튜디오 서울’서 개발 중인 PBV 실물 공개
트렁크 없애고 실내 좌석 확장·도어 열림 극대화
“급변하는 모빌리티 환경서 진보한 경험 선사”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유모차나 휠체어, 캐리어 등 큰 물건을 눈치 보지 않고 적재할 수 없을까? 운전석이 사라진다면 더 많은 승객이 탈 수 있지 않을까?
현대자동차그룹이 이 같은 고민에 대한 답을 내놨다. 2025년 이후 출시할 예정인 목적기반모빌리티(PBV)의 개발 방향성을 담은 결과물을 통해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6일 서울 서초구 ‘UX 스튜디오 서울’에서 개발 중인 PBV ‘테스트 벅’과 ‘엔지니어링 벅’ 등을 공개했다.
테스트 벅은 차량이나 부품 개발 과정에서 사용성 검증을 목적으로 사전에 제작하는 모형을 말한다. 엔지니어링 벅은 테스트 벅의 진화 버전으로, 기술이 실제 구현된 차량이다.
전시된 엔지니어링 벅은 PBV 전용 전기차 플랫폼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공항을 오가는 여행객을 실어 나르는 ‘공항 픽업용 PBV’를 콘셉트로 개발됐다.
콘셉트에 맞춰 여행객과 사업자 모두에게 최적화된 기술이 대거 반영된 것이 특징이다. 조수석 대신 캐리어 거치대가 놓여있었고, 트렁크 대신 탑승 공간을 뒤쪽까지 넓혀 최대 다섯 명이 내부 공간을 누릴 수 있었다.
일반 승객뿐만 아니라 교통 약자의 탑승 편의를 고려해 휠체어가 쉽게 출입할 수 있도록 개방 폭을 극대화한 도어 시스템도 돋보였다. 2열 뒤보기 시트, 포터블 테이블, 우산 거치대 등은 차량 내부 공간의 품격을 한 단계 더 높이는 듯했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UX 스튜디오에 고객들을 지속적으로 초청, 이들의 의견을 상품성 개선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날 UX 스튜디오에선 현대차그룹이 고객 중심의 차량 UX를 개발하기 위해 선행적으로 하고 있는 다양한 연구 결과물도 함께 볼 수 있었다.
현대차·기아와 미국 MIT 미디어 랩이 공동으로 개발한 ‘반응형 PBV 시트 콘셉트’가 대표적이다. 이 시트는 승객의 몸을 알아서 감지한 뒤 체형에 맞게 시트 모양을 만들어준다.
직접 앉아보니 압력에 맞춰 좌석이 움직였다. 불특정 다수의 승객을 태우는 PBV에 이 기술을 적용한다면, 다양한 체형을 가진 고객들이 맞춤형으로 좌석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현대모비스의 ‘모드 변환 콕핏’도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 콕핏은 드라이브 모드와 오피스 모드, 릴랙스 모드 등 세 가지 모드에 따라 조명과 시트 각도, 디스플레이와 조작계 등 사용자에게 최적화된 형태의 UX로 바뀐다.
또 현대트랜시스는 사용자별 라이프 스타일을 고려한 ‘다목적 모빌리티 시트 시스템’을 전시했다. 교통약자를 위한 생체 신호 분석 기술, 유아를 동반한 가족 승객의 실내 공간 활용성 증대 기술 등 실내 환경을 최적화한 10가지의 통합 시나리오 모드를 구현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날 발표를 통해 급변하는 모빌리티 환경에서 UX가 더욱 중요해지는 이유를 설명하고, 특히 PBV 개발에 있어 중점적으로 고려하는 UX 측면과 이를 위한 연구개발 노력 등을 소개하기도 했다.
김효린 제품 UX총괄실 상무는 “더 나은 사용자 경험을 만들기 위해 사람(Humanistic), 첨단 기술(High-Tech), 조화(Harmony)에 집중하고 있다”며 “세 가지 원칙을 기본으로 총체적 사용자 경험(HUX, Holistic User Experience)을 개발하고 UX 스튜디오를 통해 이를 실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류지성 바디개발센터장 전무는 “운전석 독립 파티션과 실내 캐리어 수납 모듈 등 PBV에 적용을 목표로 개발한 다양한 신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양희원 현대차·기아 제품통합개발담당 부사장은 “PBV 등 새로운 모빌리티 환경에서도 고객들에게 최고의 경험을 선사할 수 있도록 UX 개발에 더욱 매진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2025년 기아 브랜드로 PBV 전용 전기차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기아는 2025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연간 최대 15만대의 생산능력을 갖춘 국내 최초 신개념 PBV 전기차 전용 공장도 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