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비었냐” 피해자 집서 술판 벌이고 범행
피해자, 성폭행 충격으로 극단선택 시도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그 아이들은 소년이 아니에요. 괴물이에요. 우리 딸에게 그런 짓을 하고도 '증거 있냐'며 당당해요. 죄책감이 하나도 없어요.”
여중생을 성폭행하고도 ‘증거있냐’며 적반하장 태도를 보인 10대 소년이 경찰 조사를 받게 됐다.
14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최근 중학생 딸을 둔 학부모 A씨는 딸 B양을 폭행·협박해 성폭행한 C군을 강간치상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달 초 B양이 평소 알고 지내던 언니로부터 새벽녘에 받은 한 통의 전화였다. “오늘 집이 비냐”며 집에서 쫓겨났다는 언니의 사연을 듣고 B양은 “와도 된다”고 답했다. 그러나 “(나) 혼자 가는 게 아니”라는 말에 B양은 당황했다.
이날 B양 집에는 알던 언니를 비롯한 여자 3명과 C군을 포함한 남자 3명 등 총 6명이 찾아왔다. B양은 갑자기 거절하면 화를 낼까 봐 “어지럽히지 말고 그냥 쉬다 가라”고 했지만, C군을 비롯한 남자 일행들은 술판을 벌였다.
남자 셋이서 소주 대여섯 병을 마신 C군은 “할 말이 있다”며 B양을 방으로 불러들였다. B양은 불길한 예감을 받아 방에 있던 다른 일행에게 “제발 나가지 말아달라”며 애원했지만, 결국 C군과 단둘이 남겨져 C군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
이 일로 B양은 산부인과에서 성행위로 말미암은 감염병 진단을 받았다. 범행 당시 C군이 손을 세게 부여잡아 팔목에 멍도 들었다.
사건 이후 피해자 B양은 C군과 친구들로부터 오히려 사과와 보상을 요구받는 등 코너로 내몰렸다. 범행 당일 C군과 함께 집을 찾았던 C군의 여자친구로부터 도리어 사과를 요구받는 상황도 벌어졌다. C군의 여자친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B양을 욕했고, C군의 친구는 당시 C군이 입었던 자신의 바지에 혈흔이 남았다며 옷값을 요구하며 적반하장 태도를 보였다.
B양의 어머니 A씨는 "만으로 16살밖에 되지 않은 아이가 저한테도 '증거 있냐'고 하는 걸 보면 죄책감이라는 게 없어요. 소년범은 벌하기가 어렵다는데, 무슨 이런 애들을 보호하겠다는 건지…"라고 토로했다.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린 B양은 수차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 측은 C군을 고소하며 "피고소인은 고소인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혔고,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최근에도 마주치는 상황이 벌어지는 등 피고소인이 위해를 가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조속한 수사와 구속 조처를 요구했다.
고등학교에서 퇴학당한 C군은 최근 다른 범죄로 소년분류심사원에 위탁 조치된 것으로 파악됐다.
고소인 조사를 마친 경찰은 C군을 비롯해 범행 당시 집에 있었던 학생들을 대상으로 사건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