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시가 보는 ‘NFT 아트의 미래’

작품 도용 막고자 뛰어든 NFT 아트

협업으로 ‘수퍼 노멀’ PFP 프로젝트 선봬

가상화폐 불안정성에 NFT작가들 타격

일각선 ‘옥석 고르기’ 불가피한 조정과정

‘버블’ 사라지면 진정한 가치 보여줄 기회

“NFT아트, 진품 판별 가능…디지털작품·유통방식 더 다양해질것” [헤럴드디자인포럼2022]

디지털 시대, 캔버스에 그려진 그림과 달리 디지털 삽화는 매 순간 도용 위기에 직면한다. 이를 해결하고자 등장한 게 ‘NFT(대체 불가능한 토큰) 아트’다. 그리고 일러스트레이터 집시(ZIPCY)는 NFT 아트 분야에 일찌감치 뛰어든 대표 작가다. 컬러링 북 ‘설렘의 온도’로도 유명하다.

따뜻하면서도 관능적인 삽화로 널리 알려진 집시는 지난해 NFT 아트 프로젝트 ‘수퍼 노멀’을 선보였다. 집시는 ‘헤럴드 디자인포럼 2022’에서 ‘NFT 씬에서 크리에이터로서 성공과 추락을 겪은 후에 알게 된 것’이란 주제로 연단에 올라 NFT 아트의 역사와 미래를 전한다.

집시는 NFT 아트가 디자인 분야에 불러올 변화에 대해 일찍이 주목했다. 그는 “미술의 본질이 작가의 생각과 철학을 특정한 방식으로 표현해내는 것인데, 디지털 작품(회화, 미디어 아트 등)은 진품 여부를 판별하기 어려워 불법 유통도 많고, 시장 형성이 어려웠다”며 “NFT가 이런 부분을 해소하면서 다양한 형태의 작품과 유통방식이 생겨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 역시 디지털 삽화란 이유로 수많은 도용 피해를 겪었다고 털어놨다. 집시는 “몇 년째 인스타그램 메시지나 메일로 작품이 무단 도용됐다는 제보를 접한다”며 “그 도용 사례들은 내 안에 독소처럼 쌓였고 급기야 작업을 지속하는 데에 심리적 어려움마저 겪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다 그는 NFT 아트를 접했고, 디지털 자산에도 가치를 매기고 진품과 위조품을 구분할 수 있다는 데에 실마리를 찾았다.

“NFT아트, 진품 판별 가능…디지털작품·유통방식 더 다양해질것” [헤럴드디자인포럼2022]
가상 공간에 전시된 일러스트레이터 집시의 수퍼 노멀 프로젝트. [집시 제공]
“NFT아트, 진품 판별 가능…디지털작품·유통방식 더 다양해질것” [헤럴드디자인포럼2022]
집시의 NFT 아트 프로젝트 수퍼 노멀. [집시 제공]

첫 시작은 카카오의 블록체인 계열사 ‘그라운드X’ 의 클립드롭스였다. 이후 그는 최유진 마이크로소프트 코인베이스의 수석개발과 함께 ‘수퍼 노멀’이라는 PFP(프로필 사진) 프로젝트를 출범했다.

수퍼 노멀은 원래 ‘특별함·비범함’에 중점을 둔 용어이지만, 집시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정상(Normal)’에 대한 철학적 의미를 강조해 사용했다고 전했다.

집시는 ‘경계선’에 관심이 크다고 했다. “주로 ‘경계선’에 있는 것들을 탐구해왔다”고 밝힌 그는 애정과 에로의 경계, 욕망과 결핍의 경계 등을 예로 들었다. 이어 “이번 프로젝트는 디지털과 아날로그, 섹슈얼리티, 인종, 정상·비정상 등 다양한 인간의 경계를 다룬다”고 설명했다.

집시는 현재 NFT 아트 씬을 크게 두 가지 장르로 구분했다. 하나는 일러스트·회화 작품의 디지털 원본 거래. 통상 예술 작품은 작가와의 직접거래보단 갤러리를 통해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NFT 작품 거래는 갤러리 역할의 ‘플랫폼 거래’ 외에도 작가와 직접 거래하고 교류하는 경우도 많다.

또 다른 하나는 현 NFT 아트의 주류인 ‘제너레이티브 아트(generative art)’ 즉 PFP(Profile Picture) NFT 시장이다. 적게는 1000개, 많게는 2만개씩 대량으로 작품을 만든다. 그리고 다수의 구매자가 모여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방식이다.

집시는 “‘PFP 작품’이 아닌 ‘PFP 프로젝트’라고 부르는 것부터 확실히 독특한 성격을 드러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보통의 예술품이 작가 손을 떠난 후에 독립적으로 존재한다면, PFP는 작품이 판매된 뒤에도 몇 년 간 로드맵을 이행하며 커뮤니티 맴버들과 함께 긴 여정을 걷게 된다”고 설명했다.

작품 구매자 역시 단순한 구매를 넘어 이해관계자(stakeholder)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활동하게 된다. 그는 “작가로서 단순히 ‘그림을 그린다’라는 느낌이 아닌, 팀원들과 협업하며 관객과 함께 호흡하는 공연 같은 느낌을 받는다”고 전했다.

가상화폐로 거래되기 때문에 발생하는 단점도 있다. 그는 “NFT 아트가 ‘작품’보다는 ‘재화’로 인식되는 경향이 짙어서 가격 상승과 하락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며 “가격이 시장 상황, 주변 상황에 따라 크게 좌우되는 부분이라 작가가 컨트롤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집시는 “이 때문에 창작자의 멘탈과 체력관리가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엔 가상화폐 시장이 불안정해지면서 NFT 미술작가들도 적지 않은 타격을 받기 시작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NFT 아트의 ‘옥석고르기’이며 불가피한 과정이란 주장도 있다.

집시는 이와 관련, “NFT 아트시장 자체가 투기판이라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이번 조정을 계기로 ‘버블’이 사라지면 훌륭한 프로젝트들이 진정한 가치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신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