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과 ‘눈높이’ 맞추며 파격적 교육방식 선보여

코로나19 사태 때 무관중 체육대회도

“직업계고 인재, 편견 이겨내고 용기 갖기를 바라”

장동원 수도전기공고 교장. [수도전기공고 제공]
장동원 수도전기공고 교장. [수도전기공고 제공]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제가 먼저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친추(친구추가)했어요, 좋아서….” “저희가 함께 사진 찍고 싶어 하는 유쾌한 선생님, 정말 많이 그리울 거예요.” 하굣길에 만난 수도전기공고 학생들은 이 학교 장동원(60) 교장을 이렇게 표현했다.

학생 ‘눈높이’에 맞춘 파격적인 교육 방식으로 제자들의 사랑을 받은 장 교장은 이달 말 퇴임한다. 90% 취업률을 자랑하는 수도전기공고는 전국 최고의 마이스터고로 손꼽힌다. 헤럴드경제는 이달 말 ‘아름다운 마무리’를 앞둔 장 교장을 24일 만났다.

인터뷰를 위해 찾아간 교장실부터 남달랐다. 이 곳의 이름은 ‘축하방’. 수상·합격한 학생, 생일을 맞은 선생님들이 전광판에 띄어진 축하 문구를 보며 서로 기뻐하는 장소다. 한편에는 전교생 580명의 이름과 사진, 부임 기간 목표를 빼곡히 쓴 대형 게시판 두 개가 자리 잡고 있었다.

장동원 수도전기공고 교장이 ‘정약용 복장’을 하고 졸업장을 건네는 모습. [수도전기공고 제공]
장동원 수도전기공고 교장이 ‘정약용 복장’을 하고 졸업장을 건네는 모습. [수도전기공고 제공]

장 교장은 한국전력에서 30년 가까이 근무하며 기술 인재의 중요성을 몸소 깨달은 장본인이다. 그는 “직업계고는 보이지 않은 차별, 각종 편견, 고졸 취업이라는 어려움 속에 버텨왔다”면서 “학교부터 이들 인재가 당당하고 용기를 갖고 자라길 하는 마음이 가득했다”고 말했다.

장 교장은 임기 4년 동안 학생이 주인인 학교를 만들었다. 대강당은 ‘시리우스홀’로 불린다. 학생들이 직접 선정한 대표 별자리(시리우스)의 이름이다. 매년 초 재학생들이 직접 선배를 추천해 뽑는 ‘자랑스러운 수도인상’을 만들었다. 그는 1회 수상자로 선정된 김봉진 배달의민족 의장을 직접 찾아 가 토크콘서트에 오도록 설득했다.

장 교장은 ‘학교에서 벌어지는 모든 게 교육’이라는 자신의 철학을 교문에서부터 지켰다. 등굣길 대화를 위해 지하철 출퇴근을 하며 학생들에게 먼저 말을 건넸다. 수도전기공고 신입생은 입학하면 100개의 꿈을 쓰게 하는 ‘내꿈길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태극기를 받는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광복절에는 태극기를 직접 게양한 인증 샷을 찍고, 서해 수호의 날과 6·25 때에는 교내 기념비 앞에서 선배들의 순국을 기억한다.

수도전기공고 학생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치러진 무관중 체육대회을 관람하는 모습. [수도전기공고 제공]
수도전기공고 학생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치러진 무관중 체육대회을 관람하는 모습. [수도전기공고 제공]

장 교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때 방송 장비를 이용해 교실과 운동장에서 동시에 즐기는 무관중 체육대회를, 수학여행 대신 텐트를 치고 별을 보는 교내 캠프를 진행했다. 졸업식에는 학교 상징 위인인 다산(茶山) 정약용으로 분장해 아이들에게 웃음을 선물했다.

장 교장은 교사들을 위한 체력단련실을 마련하고 스승의날에는 직접 꽃을 달아줬다. “선생님들이 행복해서 학생들이 즐거운 학교”라는 취임사를 지킨 것이다. 그는 사실 부임 한 달 전부터 주변을 총동원해 졸업생, 교장·선생님 등 20여 명에게 전화해 수도전기공고를 위해 뭘 하면 좋을지 물었다고 한다. “스스럼없이 다가오고 이야기하는 교장이 돼 달라”는 그들의 바람을 장 교장은 실천했다.

할 일이 너무 많은데 자신만 떠나 송구하다는 장 교장의 교장실에는 이날까지도 학생들의 발걸음이 멈추질 않았다. 그는 말했다. “모든 일들은 선생님과 학생들이 한 것입니다. 저를 통해 한 명이라도 용기를 얻었다면 그 이상 더 행복한 일이 없습니다.”


hope@heraldcorp.com